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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기고] 北核, 바이든이 트럼프로부터 배워야 할 세 가지| 교전 봉쇄, 차단, 숨 막힘

Jacob, Kim 2020. 12. 25. 11:54

 

 

 

 

 

 

2020년 12월 16일자

 

 

 

 

 

 

[칼럼 전문]

 

 

 

 

 

 

바이든 대통령 취임과 함께 북핵 문제는 새 국면을 맞는다. 지난 30년 미 대통령이 네 번 바뀔 때마다 전임 대통령의 공과를 복기하고 새로운 방책을 세웠지만 북한은 핵 개발을 멈추지 않았으며 ‘완전한 비핵화’는 실패했다. 바이든 정부 외교안보 사령탑에는 오바마 정부 당시 인사들이 임명됐다. 예측 가능하고 외교 지식이 높은 팀이 출범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관한 한 오바마 정부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 당시 8년간 북한은 핵실험을 4차례 감행했고 플루토늄에 이어 고농축 우라늄을 재료로 한 원자탄 시험에 성공했다. 핵탄두 소형화와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인공위성 궤도진입에도 성공했다. 그때마다 제재가 이어졌으나 기술 도약을 억지할 만한 수준은 못 됐고 뒷북 성격이 강했다. 60회에 걸친 단·중거리 미사일 시험에는 규탄 이외 별 대응도 하지 않았다. 2·29 합의 붕괴 후 워싱턴 내 협상파는 자취를 감췄다. 대통령 정치 자산을 북핵 문제에 투입하기에는 기대효과가 너무 낮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미국의 북핵 레드라인이 실종된 상태에서 북은 문을 걸어 잠그고 핵 완성에 전념했다. 오바마 정부 마지막 해인 2016년 안보리 제재의 획기적 강화에 성공했으나 북핵 열차는 가속 페달을 밟은 후였다.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은 트럼프 정부 1년 차에 이루어졌지만 그것은 그간 개발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게 맞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인계하며 북핵 문제가 가장 시급한 안보 현안이 될 것이라 말했다. 문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시간을 보냈다는 점이다. 그 시간은 돌이킬 수 없고 북한은 핵 국가가 돼버렸다. 오바마 행정부는 결정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지만 잘한 것도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크게 잘못한 게 있는 반면 잘한 것도 있다. 가장 잘못한 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킨 것이다. 북핵 대처의 가장 중요한 축은 한미 동맹이다. 동맹 약화의 많은 부분은 한국정부의 남북 관계 몰입에 기인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동맹 흔들기에 한몫했다. 두 번째 잘못은 김정은 위원장을 정당화시킨 점이다. 2018년 연두교서에서 북한 체제와 인권문제를 격렬히 비난해 놓고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후에는 김정은을 훌륭한 지도자라 불렀다.

잘한 건 첫째, 핵 협상에서 북한식 ‘단계적 접근 방식’을 거부했다. 영변부터 비핵화를 하면서 보상을 챙겨야 경제적 숨통도 트이고 핵도 계속 개발할 수 있는데 정상 간 담판에서 무산됐다. 하노이에서 기차를 타고 돌아가며 김정은은 앞날이 캄캄했을 것이다. 둘째, 정상외교 와중에도 제재를 유지했으며 집권 내내 제재를 추가했다. 과거 북한은 협상이 시작되면 제재가 유명무실해지는 경험을 했으나 이번엔 달랐다. 오바마와 트럼프 두 행정부 북핵 성적표는 냉철하게 봐야 한다. 오바마를 이어받는다는 바이든 새 팀이 더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바이든 팀은 핵실험을 여섯 번이나 성공한 북한에 이란과의 핵합의를 원용할 것이며 단계적이고 다자적 접근을 선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핵 활동을 부분적으로 동결해 놓고 주요 제재를 풀어준 이란 딜을 적용한다면 북한은 더 강력한 핵 국가가 될 수 있다. 바이든 팀이 ‘톱다운’ 대신 ‘보텀업’ 협상을 할 것이라고 좋아할 일도 아니다. 어차피 북한에는 공개된 영변 이외 중요 핵시설을 감히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인사는 김정은밖에 없다. 협상 담당자는 체제의 운명이 걸린 1급 국가기밀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못 할 것이다. 다자적 접근이 6자회담의 부활을 의미한다면 북에 유리한 시간만 벌어 줄 뿐이다.

바이든 팀이 싫어도 배워야 할 점이 하나 더 있다. 바이든은 김정은을 ‘깡패’라 했다. 덩치가 작아도 깡패는 덩치 큰 모범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범생은 못된 짓이나 극단적인 일은 피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모범생이 아니었다. 트럼프가 ‘사랑한다’ 말해도 김정은은 ‘사랑을 배신하면 너 바로 죽는다’로 알아들었다. 미 군사력이 북한의 100배여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주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국제정치에서 문제 해결 능력은 때때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힘과 의지에 비례한다.

 

 

 

 

 

[황준국 전 주영대사·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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