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 1945/21세기 미중러일 전쟁

[한겨레] 미국 “러시아 INF 조약 준수하라” 최후통첩

Jacob, Kim 2018. 12. 5. 15:14






2018년 12월 5일자





미-소 냉전 때 체결한 중·단거리 미사일 금지 조약

폼페이오 “러 조약 의무 이행 않으면 우리도 탈퇴”

동아시아의 중국 핵전력까지 견제하는 다목적 포석인듯





[기사 전문]




미국이 냉전 말기 소련과 체결했던 중거리 탄도미사일 생산·실험·배치를 금지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하 아이엔에프)의 의무를 러시아가 ‘60일 내’에 완전히 이행하지 않으면 이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최후통첩’했다. 유럽을 위협하는 중거리 미사일 전력을 슬금슬금 강화해 온 러시아와 동아시아에서 미군의 전방 기지 타격 능력을 확립해 둔 중국에게 공개 경고장을 날리려는 ‘다중 포석’인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4일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오늘 러시아가 군축 의무를 기만하고 있는 현실에 맞서야 한다”며 “러시아의 조약 위반은 그루지아, 우크라이나, 시리아, (미 대선) 개입,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전직 첩보원 세르게이) 스크리팔 독살 사건 등 러시아가 그동안 벌여 온 악명 높은 세계의 무법적인 사건들과 무관하지 않다”며 이 같이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파기 의사를 밝힌 아이엔에프 협정이란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군축 협정으로, 사거리 500~5500㎞의 지상발사형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러시아가 남부 카푸스틴 야르 지역에서 이 조약에 저촉되는 SSC-8 순항 미사일 발사실험을 거듭해왔다며 러시아의 조약의 위반을 주장해 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도 “러시아의 조약 위반에도 우리는 최선의 인내심을 가지고 2013년 이후 최소 30여번에 걸쳐 러시아의 위반 사항을 지적하고 의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그에 합당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며 “러시아는 2017년 11월 미국이 위반 내용을 공표한 뒤에야 이 미사일의 존재를 인정했고, 그 뒤로는 (이 미사일은) 조약 위반이 아니라고 우겨왔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날 ‘조약 탈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은 것은 러시아에게 마지막 경고장을 날리는 동시에 이 조약의 밖에 있는 중국 등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핵 군축의 틀을 짜려는 목적 때문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북한, 이란은 이 조약의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모든 중거리 미사일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아시아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위협하고 강압하는 중국과 같은 새로 부상하는 국가들에게 중요한 군사적인 이점을 허용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은 미국은 보유할 수 없는 단·중거리 탄도 미사일 능력을 활용해 오키나와와 괌에 주둔해 있는 미국의 주요 전진 기지를 타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특히, 중국이 실전 배치해 둔 DF-26 등은 움직이는 목표물인 미 항모를 타격할 수 있어 ’게임 체인저’ ‘항모 킬러’ 등으로 불린다. 중국은 이 같은 능력을 기초로 미국이 동아시아 무력 분쟁에 개입할 때 이를 저지하는 접근금지·영역거부(A2/AD) 전략을 확립해 두고 있다. 그렇기에 이 조약이 파기되면, 미-러는 물론 미-중 사이에도 신 냉전에 버금가는 핵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3일 트위터에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내놓은 최후통첩을 암시하듯 “중·러와 군비 경쟁 멈출 대화를 미래 어느 시점에선 분명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해마다) 7160억달러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 미친 짓!”이라고 적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7312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