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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US REPORT] `우려半 기대半` 2차 미북정상회담 제한적 비핵화-제재 일부완화 `스몰딜` 예상

Jacob, Kim 2019. 1. 29. 21:01








2019년 1월 28일자





[기사 전문]





외교는 흔히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타이밍을 선택하는 측면만 보면 탁월한 수완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는 사실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북한은 여전히 비핵화 의지가 있으니 미국이 상응조치를 내놓으라는 데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6개월간 공전했던 비핵화 협상에 다시 물꼬를 틔우는 데는 충분했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 베이징을 찾아간 이벤트성 행보도 사라져가던 관심을 다시 북한에 쏠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특히 국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큰 선물이 됐다. 최근 워싱턴 D.C.에서 만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연방정부 셧다운, 시리아 테러 사건, 뮬러 특검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선택한 타이밍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한 담보 없이 정상회담 날짜부터 2월 말로 정해놓은 꼴이 됐다. 워싱턴 D.C.를 찾아온 북한의 2인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2차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는 선뜻 동의하면서도 구체적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는 선에서 변죽만 울린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비판적 미국 언론이 ‘북한의 전술적 승리’라고 폄하하는 이유다. 여기서 북한의 전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일대일 담판구도로 협상을 끌고 가는 것을 말한다.

물론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18일(현지 시간) 워싱턴 D.C.에서 이뤄진 미북 간 고위급 회담은 ‘휴지기’ 없이 스웨덴 실무협상으로 이어졌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단 한 번도 실무협상이 개최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어쨌든 첫 단추는 끼워진 셈이다.





▶김정은, 트럼프와 일대일 담판 끌어내

핵 프로그램 신고 없이 애매한 타협 우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도 정상회담 테이블에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은 이후에야 자신들이 내놓을 비핵화 조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미국에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입을 열 가능성이 크다.

이 대목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두 가지다. 먼저 미국이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가능성이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의 주된 목적은 자국민의 안전이라고 말했다.

<과거 이란 사례를 보면 한 나라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절차는 크게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가장 먼저 자신들의 핵 생산시설과 핵무기 보유 현황을 성실히 ‘신고(Declaration)’하는

것이다. 이어 핵능력을 동결하는 ‘불능화(Disablement)’가 이뤄진 뒤 마지막으로 완전한 ‘해체(Dismantle

ment)’가 달성돼야 한다. 이것이 바로 ‘3D의 원칙’이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 이 같은 전통적 핵무기 폐기 절차를 따르지 않고 카드를 마구 뒤섞고 있다. 빅터 차 석좌는 이와 관련 “북한은 과거 핵은 포기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현재 핵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 가지 우려는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 측의 상응조치로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다. 이 문제는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정체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과 연계시켰던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백악관은 한국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현존하는 ICBM을 모두 폐기할 테니 상징적으로 주한미군의 일부 병력을 감축하라고 요구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을 덜컥 받아버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2월 말 열릴 2차 정상회담이 또다시 선언적 차원에 머물지 않으려면 사전 실무협상에서 상호조치의 밑그림을 90% 이상 그려내야 한다. 그래야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성도 제어할 수 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honzul@mk.co.kr]

 



[기사업로드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4호·설합본호 (2019.01.30~2019.02.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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