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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시각] 한반도 평화 ‘4자 구도’ 중요해진 한중협력

Jacob, Kim 2019. 6. 23. 20:48







2019년 6월 18일자





[기사 전문]





시진핑 방북, 북미 중재자로
한반도 평화 진전 긍정적 변화

김정은 협상궤도 유지 보증도
“한중, 북미 견인해 난제 풀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21일 평양 방문은, 남·북·미 3자가 주도해온 한반도 평화 과정이 남·북·미·중 4자 구도로 재편된다는 뜻이다. 중국의 구실이 커지는 그만큼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다만 이는 한반도 평화 과정의 후퇴라기보다 진전·심화의 방향이라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정전협정 당사자다. 따라서 앞으로 한반도 평화 과정이 정전체제의 네 당사자가 모두 참여해 협력과 갈등의 고차함수를 푸는 식으로 전개되리라는 전망을 낳는다. 다수의 전문가와 언론은 ‘북한 비핵화’에만 관심을 쏟지만 한반도 평화 과정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뿌리 깊고 구조적인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한반도 냉전 구조’는 “①남북의 불신과 대결 관계 ②미-북 적대관계 ③(핵무기 등) 대량파괴무기를 비롯한 군비경쟁 ④군사정전체제”(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라는 네 기둥이 떠받치는 복합구조물이기 때문이다. ‘냉전의 네 기둥’을 온전히 해체하자면 중국의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중국은 북한의 유일무이한 후견국이자 “순망치한(입술과 이처럼 긴밀한 관계)의 관계”인 혈맹이다. 북한의 뿌리깊은 ‘체제 안전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발전을 현실화하는 데 ‘중국의 참여·협력·지원’은 관건적이다.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14년 만인 시진핑 주석의 방북이 ‘북-중 친선관계 강화’를 넘어 동북아에 몰고올 파장에 미국을 포함한 당사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핵심 이유다.

일단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한 북-중 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이 적어도 당분간은 협상 궤도를 이탈하지 않으리라는 “확실한 보증수표”로 간주될 수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18일 “대화의 모멘텀(동력)을 살리고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데 북-중 대화가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다”고 말한 까닭이다. 이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위태로운 교착 국면을 돌파할 방안을 모색하는 데 심리적 안전판 구실을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내놓을 비핵화 관련 새로운 메시지의 내용이다. 이는 시 주석이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대신 전할 ‘김정은의 새 제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을 촉구한 김 위원장의 공식 견해(4월13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보다는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는 내용”이리라 예상했다.

김 위원장한테서 트럼프한테 줄 ‘선물’을 얻은 시 주석이 대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을 약속하리라는 관측도 많다. 이는 남쪽의 지원에 대한 북쪽의 잠재 수요를 낮출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밀당을 중재·촉진할 당사자 자격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홀로 중재·촉진자 노릇을 해왔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한테서 “완전한 비핵화”(4·27 판문점선언)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추가 조치”(9·19 평양공동선언)라는 ‘문서로 정리된 비핵화 약속’을 이끌어내 이를 토대로 1·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의 가교 노릇을 한 게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번엔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새 ‘비핵화 메시지’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하노이 회담 합의 무산으로 문 대통령의 촉진자 구실과 남·북·미 3자 구도가 한계에 부닥쳤다는 김 위원장의 잠정 평가에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다만 이는 중재·촉진자 교체라기보다 ‘하나에서 둘로 확대’에 가깝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이제부터 한국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중국의 구실이 커지는 만큼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005년 한-중 협력으로 북-미를 견인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을 채택한 경험을 오늘에 되살려 난제를 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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