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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세계와우리] 강대국 정치상황에 휘둘리는 한반도

Jacob, Kim 2019. 7. 6. 13:12








2019년 7월 4일자





[칼럼 전문]





트럼프 재선·아베 참의원 선거 / 시진핑은 체제강화에 여념없어 / 정치에 매몰된 동북아 국제관계 / 본질은 해결 안되고 변죽만 울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올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세 번째 만남을 우리는 목격했다. 남북한 경계선을 오가는 두 정상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격세지감을 느꼈고, 기대와 우려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우리는 오늘날 국제정세의 거대한 흐름의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우선, 냉전기 자유진영 대 공산진영 대결로 점철된 이념 갈등이 21세기 해양세력 대 대륙세력 대결로 특징지어진 지정학 갈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반도국가인 우리나라는 해양세력인가 대륙세력인가. 아니면 이 둘을 가교하는 세력이 되고자 하는가. 구태의연한 편승외교냐 균형외교냐 하는 논쟁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 이어, 1990년대 다자주의와 규범주의를 기초로 한 국제사회의 문제해결 방식이 21세기 양자주의와 협상주의에 근거한 문제해결 방식으로 그 틀이 변화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국제제도가 주요한 기제가 되나 후자의 경우 국력이 그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힘에 기초한 외교가 진전되고 있으며, 상대국과의 역학구도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오늘날 세계는 열린사회와 닫힌사회로 재편되고 있다. 열린사회의 리더인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국가들이 협력을 유지하고 있고, 닫힌사회의 리더인 중국을 중심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뜻을 함께하고 있다. 가치의 공유 없이 우방이 될 수 없다는 말처럼 두 사회 간의 간극을 좁히기가 어려워 보이고 우리는 열린사회의 규범을 지키며 그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주변정세가 강대국 국내정치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위해,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이달 말 참의원선거 승리를 위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일인지배체제 강화를 위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집권 공고화를 위해 여념이 없다. 한편 북한의 김 위원장은 체제 강화에 혈안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내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승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동북아 국제관계는 국내정치에 매몰돼 본질은 해결 안 되고, 변죽만 울리며 표피적 협력 속에서 내적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 언젠가는 충돌이 불가피한 형국으로 가는 것이다. 이를 완화하고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외교적 현안은 한·일 관계의 회복이다. 우리 사회 내 친일청산 과제와 한·일 관계의 악화가 맥을 같이하는 것은 아닌가. 과거 지향적인 친일청산이 아닌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친일청산을 필요로 한다면 한·일 관계를 지금과 같이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미래를 설계하는 한·일 정상 간의 회담은 없었다.

지금 우리의 외교는 표류하고 있다. 북·미 간, 북·중 간, 북·러 간 양자 관계 속에서 우리의 역할은 축소되고 한·미 간, 한·일 간 신뢰 관계도 예전과 같지 않다. 한·일 관계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우리가 뜻을 함께하며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우방은 일본밖에 없음에도 그러하다.

이번 판문점 남·북·미 정상 간 만남은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해법에서 전환점이 아닌가 싶다. 핵동결 얘기가 나오고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양국 간 타협이 일어나리라는 예측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럴 경우 우리의 안보 상황은 핵 ‘있는’ 평화로, 그리고 북한의 ‘위협 없는’ 적극적 평화에서 북한과의 ‘전쟁 없는’ 소극적 평화로 바뀌게 된다.

이제 우리 외교도 진솔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에게 보여주는 전시(展示) 외교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실익 외교 사이에서 후자를 택해야 할 길목에 놓여 있다.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외교는 꿈을 실현하는 외교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역량에 기초해 국익을 구현하는 외교이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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