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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글로벌포커스] 시진핑이 평양에 준 선물의 유효기간

Jacob, Kim 2019. 7. 11. 02:24







2019년 7월 9일자





[기사 전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칼럼 연속기고(2)





요즘에 한반도 상황은 다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 때문에 한두 달 전에 생긴 일을 기억하기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지금 판문점 회동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보름 전에 있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은 벌써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판문점 회동에 비하면 시진핑의 평양 방문 자체는 수수한 일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 방문은 장기적으로 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중국의 대북정책에는 상수(常數)인 요소도, 변수인 요소도 있는데, 상수는 물론 동북아에서의 현상유지 및 안정유지이다. 중국은 한반도 북부를 핵심 완충지대로 보기 때문에, 당연히 북한 체제 붕괴도, 남북통일도 원하지 않는다. 물론 베이징은 북핵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비핵화는 현상유지만큼 중요하지 않다.

베이징의 대북정책 상수는 이미 수십 년 동안 별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오늘날 변수들 가운데 핵심은 미·중 무역 상황이다. 중국은 2017년 초까지 비교적 부드러운 대북정책을 했지만, 2017년 여름 갑자기 미국과 손잡고 전례 없이 엄격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지지했다.

오랫동안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중국이 2017년에 유턴을 한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에 중국 측은 미국과의 외교 협력을 통해 무역전쟁을 기피할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으며, 트럼프의 '분노와 화염'을 본 중국은 겁을 먹고 한반도 위기를 막기 위해 미국에 협력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2018년 봄에 트럼프는 중국에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중국은 작년 6~7월에 다시 한번 유턴을 했고, 대북 압박은 많이 완화됐다. 얼마 전 중국 최고지도자의 14년 만의 평양 방문을 비롯해 지난 1년간의 여러 북·중회담은, 중국의 새로운 노선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시진핑은 베이징이 이제 평양 편에 서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평양을 후원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워싱턴에 보여주었다.

미·중 간 전략적인 대립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태에서, 미국보다 무역 레버리지가 작은 중국은 비대칭적인 협상 수단을 필요로 한다. 북한과의 관계는 바로 이러한 대미 협상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 중국의 태도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북제재에 큰 구멍을 만드는 것과 같다. 중국은 국제법인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기는 어렵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중소규모 위반을 묵인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중국은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은 채 대북지원을 할 수도 있다. 첫째로,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대북제재는 식량 지원을 금지하지 않았다. 만약에 북한에서 기근이 생긴다면, 중국은 대규모 식량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제2차 고난의 행군이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다. 둘째, 북한 관광도 사실상 제재 대상이 아니다. 2018년에 중국인 북한 방문객 수가 갑자기 120만명이나 급증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닌데, 중국 당국자들은 대북 관광 지원을 통해 어느 정도 평양에 원조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중국은 지금 어느 정도 북한 체제 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외부 압박으로 북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라도, 중국의 직간접적인 후원 때문에 북한 체제는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중국에 매년 10억~30억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북한 구조 정책'은 별로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결국 강력한 대북제재라는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제공하는 안전망 덕분에 북한 정권은 치명적인 위기에 빠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지난 1년 동안 중국은 변수 때문에 대북 정책을 바꿨다. 상황의 변화에 따라 중국 태도는 또 바뀔 수 있다. 시진핑은 평양에서 열렬한 환대를 받았으며 중·북 양측은 '영원한 친선'을 운운했지만, 당연히 그들의 관계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이익뿐이다. 평양이 베이징을 향해 미국 카드를 흔들 가능성도 완전히 없지 않다. 베이징은 워싱턴과의 무역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종합적인 타협을 할 경우에, 다시 한번 대북 태도를 유턴할 수도 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원문보기: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07/499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