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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침범당한 영공>중·러, 6·25후 첫 합동훈련… 금간 한·미·일 안보축 틈 노렸다

Jacob, Kim 2019. 7. 24. 22:48







2019년 7월 24일자





[기사 전문]








- 동북아 안보질서 대놓고 흔들기

美 방위비 등 동맹청구서 내밀고

日, 경제보복 등 우호 관계 약화

한·미·일 3각 협력 균열난 사이

中·러 ‘준동맹’ 관계로 발전 중

北도 한·미 동맹의 결별만 강요

文정부 ‘냉전해체’ 구상과 달리

한반도가 안보 경쟁 각축장 돼

위협 땐 강경 대응 시그널 줘야





23일 중국·러시아 군용기가 동해 상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사상 첫 초계 연합 훈련을 실시하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 경보기가 한국 영공을 최초로 침범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6·25전쟁 정전 이후 한반도 안보의 큰 틀을 형성해 온 ‘한·미·일’ 대 ‘북·중·러’ 안보 균형이 흔들릴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한반도에서 지구 상의 마지막 남은 냉전 체제를 해체하겠다는 안보 전략을 내세웠다. 하지만 냉전 이후 형성된 전통적인 안보 구도에 금이 가자 한반도가 평화체제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대국 안보 경쟁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전략’을 놓고 충돌하는 가운데 동북아를 둘러싼 한·미·일과 북·중·러 간 새로운 안보 체계 구축을 위한 합종연횡이 펼쳐지면서 동북아 역내 긴장이 더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준동맹 수준으로 밀착하는 중·러 = 러시아 국방부는 23일 자국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 공군과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이 장거리 군용기를 이용해 아시아태평양 해역에서 첫 번째 연합 공중 초계비행을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초계비행이 “러·중 포괄적 파트너십 심화 및 발전, 양국 군 협력 수준 향상, 공동 작전 수행 능력 제고, 국제 전략적 안정성 강화 등을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태가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영향력을 기반으로 유지돼 온 동북아 안보 질서를 흔들기 위한 ‘의도된’, ‘계획된’ 군사적 행보였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최근 미국과 본격적인 패권 경쟁에 돌입한 중국은 미국 견제라는 공동의 이익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준동맹’ 관계로까지 발전하는 중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다소 소원해졌던 북·중 관계는 지난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 6·25전쟁 당시의 혈맹관계로 복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과 중국이 1961년 맺은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은 상대가 무력 침공을 당하면 지체 없는 원조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북한은 미·중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술을 펼치며 비핵화를 지연시키는 한편 남한에는 한·미 동맹과의 결별을 강요하고 있다. 과거사로 촉발된 갈등으로 한·일이 1965년 한·일 기본협정 체결 이후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우방 관계를 청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미·일 동맹은 전례 없이 강화되는 양상이다.




◇文 정부, 냉전구도 해체 구상했지만…= 이러한 주변국의 이합집산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북핵 문제를 놓고 독자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한·미·일 공조가 흔들리고 북·중·러는 그 틈을 비집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중이다. 한반도에서만 그대로 남아 있는 ‘냉전구도’를 해체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과는 동떨어진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독일 일간지 기고문에서 “한반도 동북아 기존질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동시에 동북아에 심어진 ‘냉전구조’와 깊이 연관돼 있고, 이때 한·미·일의 남방 3각 구도와 이에 대응하는 북·중·러의 북방 3각 구도가 암묵적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런 냉전 구도는 아직 한반도에서만은 그대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미 대화가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수교를 이뤄내고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완전히 대체된다면 비로소 냉전체계는 무너지고 한반도에서 새로운 평화체계가 들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1954년 체결된 미·일 상호방위원조협정을 기반으로 동북아에 강력한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한·일 관계를 중재하며 한·미·일 3각 협력이 북·중·러 견제 기능을 수행하는 데 역점을 뒀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고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을 여전히 강조 중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에 방점을 찍고 있다. 미국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등이 남북 관계를 우선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전략과 맞물려 한·미 동맹이 상당 수준 약화되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외교 전략 다시 짜야 = 이렇듯 동북아 역내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강대국 무력 경쟁의 각축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분명한 외교 전략에 입각한, 당당한 외교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러시아의 영공 침범 사태는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이유로 보복하자 주권과 관련한 3불(사드 추가 배치 금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금지,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 차단) 약속을 해주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몇 시간씩 지각을 해도 한마디 하지 못하는 나라라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라며 “주권과 관련한 사안에서는 강경 대응을 해야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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