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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시론>대통령이 안보 파탄내고 있다

Jacob, Kim 2019. 10. 19. 01:22







2019년 10월 14일자





[칼럼 전문]





SLBM·미사일세트 성공

中 신냉전 불사 美와 대결 태세

한반도까지 관할권 접수 포석

위협지수 갈수록 고조되는데

위기 불감증에다 北 눈치보기

줄타기 中 외교로 무기력 자초





한반도 위협 지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반대로 한국의 대응 태세는 갈수록 저하 중이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세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조성된 화해 무드가 속 시원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이 주변국에는 가공할 무력들이 속속 등장했다. ‘빛 샐 틈 없다’던 한·미 공조는 물리적 방어체계 측면에서 무력해졌고, 시스템 측면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새로운 셈법을 놓고 동상이몽인 상황에서 한·미 간극은 더 벌어지는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한·미·일 3각 안보 공조의 균열은 증폭 일로다. 당국이 위에서 아래까지 위기 불감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눈치 보기, 무원칙한 줄타기 친중 외교,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허황한 낙관론에 빠져 있는 동안 북한, 중국, 러시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차곡히 힘과 야욕을 키워가는 중이다.

현실은 이렇다. 경북 성주에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는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다. 북·중의 신종 미사일 성능이 계속 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단거리 미사일은 어느 나라도 쏜다”고 용인한 틈을 타 연쇄적으로 발사 시험을 벌였다. 결국 대한민국 전역의 중요 타깃을 자유자재로 타격할 수 있는 3종 단거리 미사일 세트의 전력을 확보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전술지대지미사일), 초대구경 방사포 등이다. 미 정보 당국조차 3종 세트가 미군의 동북아 미사일방어체계(MD)를 압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동식 발사, 비행 속도, 저고도 비행, 회피기동 능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활용될 경우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 2일 북한이 원산 앞바다에서 발사한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최대사거리 2000㎞를 확보했다. 2016년 8월 북극성-1형의 첫 발사에 성공한 뒤 3년여 만의 성과다. 사거리 1만㎞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해 성공한다면, 미국 서해 쪽까지 진출하지 않고도 미 본토를 직접 사정권 안에 넣을 수 있게 된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기념일인 10일 ICBM 발사 재개를 또 위협했다.

중국이 10월 1일 베이징(北京) 국경절 행사에 선보인 신형 초음속 탄도미사일 둥펑(東風·DF)-17 역시 사드로 막지 못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DF-17은 고도 100㎞ 정도에서 분리돼 음속의 10배로 돌진하는 극초음속 활공체(HGV)다. 사드에 탐지되더라도 비행코스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자랑한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놓고 수년간 온갖 외교적 압력과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는 한편으로 ‘방어용’이라는 한국 해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뒤로 현실적 대응체계를 준비했다. 동해와 서해에 출몰하는 중국 항공기와 함정도 직접적인 위협의 증대다.

미국과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파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던 러시아 역시 핵 추진 미사일 개발과 제6세대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러는 합동훈련을 구실로 독도 영공 침범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한국의 주권을 무력화하려는 도발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야심이다. 그는 국경절에 “위대한 중국 인민과 중화 민족의 전진을 막을 어떤 세력도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신냉전 시대 돌입을 마다하지 않는 기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정교한 무기들은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빠른 속도로 좁혔고, 일부는 더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포위전략을 무력화하는 수준을 넘어 한반도를 포함한 서태평양 일대를 중국 관할권으로 흡수하겠다는 포석이다.

북·중·러는 이처럼 정교한 시나리오에 따라 한발 한발 갈 길을 걷고 있다. 한·미가 나 몰라라 하는 사이 북한의 SLBM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성명 채택은 결국 불발됐다. 국내외 문제로 정신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냉온탕 대북 메시지를 비판하는 미국 내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모든 상황이 최악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거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믿음은,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도 제시되지 않은 채 되뇌어지고 있다. 국가생존과 국민생명이 걸린 문제가 한 지도자의 이념과 성향, 개인적 철학에만 맡겨진 상황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김상협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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