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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도발>中·러, 美고립주의 틈타 영향력 확대… 국제 군사균형 요동

Jacob, Kim 2019. 10. 28. 00:58








2019년 10월 23일자





[인지현, 박준우 기자 리포트]





러軍, 시리아 북동부 진주

러, 중동·중남미·阿진출 가속

中과 최근 대규모 연합훈련도

세계 곳곳서 ‘힘의 균형’ 깨져

북·중·러 군사밀착 가속화 속

한·미·일 협력관계는 느슨해져





‘21세기 차르’ ‘원조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고립주의를 택한 미국과 동맹국 간 균열을 틈타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가치보다 돈’이라는 신념 아래 세계 경찰국가라는 이름을 반납한 미국과 달리 러시아는 전 세계 분쟁 해결사로 나서면서 세계 패권 구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당장 이 같은 변화는 한반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군사 밀월 행보를 강화하면서 한·미·일 3각 안보체제의 균열을 가속화하는 도발을 잇달아 감행하고 있다.

23일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와 관련, 미군이 떠난 빈자리를 꿰차고 들어선 사실은 미국의 글로벌 안보전략이 심각하게 훼손됐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미사일 배치에는 중국과 밀착해 무력시위로 맞서는 등 전략적 행보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와 쿠르드를 넘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의 주변국, 시리아에 공격을 감행한 터키에까지 손을 뻗으면서 러시아의 중동 내 패권 확장은 이미 현실이 됐다. 먼저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을 감행하자 친러 성향의 시리아 정부와 쿠르드족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최근에는 터키와도 대화를 자청하면서 사태의 열쇠를 거머쥐었다. 동시에 우호적 관계였던 이란은 물론 미국의 맹방이었던 사우디도 연이어 방문해 미국의 변심으로 불안에 떠는 중동 국가들을 다독이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및 무기 수출을 논의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조차 “시리아 사태에서 모든 편과 대화하는 것은 러시아밖에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손길은 아프리카와 중남미에도 뻗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시선은 이제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일대를 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지난 8월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후 일본과 한국 등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데 대해서도 거세게 맞대응하고 있다. 자체적인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힘을 과시하는 한편, 중국과는 군사적 밀월을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17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여 미국과 신경전을 벌였다. 이어 22일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진입을 비롯해 동해와 동중국해에서 비행 훈련을 강화하는 등 한반도 무력시위에도 나섰다. 중국과는 지난달 러시아 남서부에서 병력 12만8000명, 각종 무기 및 장비가 2만여 대 동원된 대규모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21일에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대화체인 ‘샹산(香山)포럼’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참석해 중국 군지도부와 한목소리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거리미사일 배치 시도를 집중 성토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발을 빼는 미국의 움직임은 가속화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시리아 북동부에서 철수한 미군 병력의 이라크 재배치마저 본국으로의 귀환에 앞선 임시적 조치라고 밝혔다. 터키의 시리아 공격을 묵인하고 쿠르드 동맹을 저버렸다는 비난에도 ‘끝없는 전쟁 종식’을 모토로 한 ‘불(不)개입·고립주의’ 원칙에 따라 시리아 철군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사우디를 방문 중인 에스퍼 장관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병력을) 일시적으로 이라크에 재배치할 것”이라며 “이는 계속되는 단계의 일부일 뿐이며, 궁극적으로 이들 병력은 집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공화당 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의지는 강하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 내에서도 “적들을 더 대담하게 만들며, 중요한 동맹국들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지현·박준우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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