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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소련의 향수' 러시아, 전세계로 은밀히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

Jacob, Kim 2020. 3. 14. 02:12








2020년 2월 11일자





[기사 전문]





남미에선 사회주의 연대강화…아프리카엔 기업 통해 접근


중동에선 미국공백 틈타 '석유동맹'…유럽엔 극우 지원해 분열 조장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러시아 관점을 외국에 강요하지 않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천명한 외교 기조다.


그러나 미국이나 중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역시 전 세계로 경제적, 지정학적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고 CNBC 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미국, 중국과는 달리 은밀하게 전 세계 구석구석 손을 뻗치고 있다는 게 CNBC의 분석이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아가트 드마라이스 국장은 "미국과 중국은 경제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러시아는 지정학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며 "과거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무너졌던 자존심을 극복하기 위해 러시아의 뒷마당이라고 여기는 국가 방어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 공산주의로 '끈끈한' 남미




러시아는 20세기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체제를 고리로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쿠바와 같은 남미 국가들과 끈이 닿아 있다.


외교적 지원이나 무기 판매, 에너지 투자 등이 이들의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주는 원동력이었으며,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멕시코, 브라질과도 경제·정치적 연대를 강화 중이다.


특히 가장 두드러진 것은 베네수엘라와의 관계로 이로 인해 서구 국가들과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CNBC가 전했다.


러시아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사회주의 정부의 중심 세력으로 오랫동안 지원했으며, 지난 2019년 후안 과이도를 앞세운 미국의 쿠데타 시도를 저지하는 데도 조력했다.


베네수엘라에도 역시 군사, 경제면에서 지원을 벌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러시아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차관으로 구매하고, 러시아의 국영 석유 기업인 로스네프트도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에 대단위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기업 통해 접근하는 '전통 우방' 아프리카




구소련 시절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구소련이 붕괴한 1991년 이후 동맹이 약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모잠비크의 국기에는 구소련의 대표적 무기인 칼라시니코프 소총이 새겨져 있다.


중국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한 '일대일로' 추진 과정에서 특히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강화하자 러시아 역시 아프리카의 풍부한 광물 자원과 사업 기회를 이용하기 위해 교역량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푸틴 대통령은 소치의 흑해 리조트에서 아프리카 40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들은 과거 아프리카 대륙에 압박을 가하고, 협박한 전력이 있다"며 "러시아가 유일하게 아프리카 국가들의 주권을 존중하며, 오랜 역사적 유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컨설팅업체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다라 멕도웰 유럽·중앙아시아 국장은 "러시아 중앙 정부가 아프리카에 광범위하게 진출했다기보다는 군사 계약을 주로 하는 와그너 그룹이나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예브게니 프리고진 등이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중동서 '석유 동맹' 강화…미국 빈자리 차지




지난 10년간 지정학적, 군사적 동맹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는 곳이다. 시리아는 물론 지역 패권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도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사우디와는 같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서 협력하지만, 다른 비회원국과도 석유 감산을 통한 유가 안정을 위해 유대를 키워가고 있다.


러시아는 사우디는 물론 사우디의 적대국인 이란과 동시에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로서 지난 2015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 재개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드마라이스 EIU 국장은 "러시아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미국이 빠져나간 공백을 채워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며 "또 미국이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이전하는 등 지역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점도 이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 유럽서 경제 협력과 군사 위력 병행




지정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유럽과 관계는 복잡한 형국이다.


한편으로는 극우 세력과 포퓰리즘을 지원하며 분열을 조장하는 반면, 또 다른 쪽으로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며 협력을 강화하며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 펜 대표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처럼 유럽연합(EU)의 잠재적 위협 인물로 분류되는 극단적 이념 성향을 보이는 지도자들과 만나고 있다.


게다가 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병합한 러시아는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에도 위협적 존재로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이에 대응에 해당 지역에 군사 배치를 증강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과거 90년대 러시아가 이들 국가를 지배했던 과거를 잊지 말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전망이라고 CNBC가 전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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