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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시진핑 뜨끔하게 했을 북한의 도발[오늘과 내일/신석호]

Jacob, Kim 2020. 4. 14. 23:13








2020년 3월 6일자





[칼럼 전문]





미중 전략 군사경쟁 속 전략도발… 미국의 대중국 압박 명분 줄 것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해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NO’ 정책으로 일관하던 2015년. 워싱턴에서 만난 한국 군 인사들은 “이 문제를 어찌 했으면 좋겠느냐”고 은밀하게 묻곤 했다. ‘미국은 하고 싶어 하는데 중국과 여론의 반발을 우려한 청와대가 주저하고 있으니 어쩌면 좋겠느냐’는 취지로 읽혔다. “북한이 기회를 주지 않겠어요?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3년 가까이 추가 전략도발이 없었으니 좀 기다리면 국면 전환을 할 겁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들여놓으면 중국도 한국 여론도 크게 반대하지 못할 겁니다.”


북한은 2016년 1월 4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년 동안의 전략도발 국면을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은 그해 7월 사드 한국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중국은 지금도 이 결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핑계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해 중국과의 전략적 군사경쟁에서 이점을 취하려 한다는 것은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자신들이 북한이라는 동맹이 주는 ‘연루의 위험’에 노출됐다는 이야기다. 힘이 센 동맹국이 힘이 약한 동맹국 때문에 국가안보에 불이익을 받는 경우를 말한다.


북한이 2일 대남 타격용 단거리미사일(사거리 240km 추정)을 발사하며 새해 미사일 도발에 시동을 걸었다. 온 지구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지에 정신이 없는 틈에 이뤄진 도발의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내심 뜨끔했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마친 뒤 2020년에 미국을 향한 새로운 전략무기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을 하면 미국은 조만간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려 할지 모른다. 동맹국과 미 본토와 주한미군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들고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은 경제에서 군사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핵과 미사일 전력 개발로 미국을 상대로 한 ‘반접근·지역거부전략(A2·AD)’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지상발사 미사일을 배치해 전략적 군비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다. 사거리 800km가량의 미사일을 평택 미군기지에 배치하면 중국도 사정권 안에 들어오게 된다.


이에 대해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명분도 없고 논리에도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펄쩍 뛰었다. 중국 지한파 학자들도 한국 친구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면 사드 보복은 우스운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방어용 무기인 사드와 공격용 무기인 중거리미사일은 다르다. 동맹국 미국의 요구라지만 한국에 공격 의사를 밝히지 않은 중국이 위협을 느낄 수 있는 공격 무기를 배치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우리 국내 정치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벗어났을 뿐이며 의회는 올해 예산에 중거리미사일의 아시아 지역 배치에 관한 비용을 배정하지 않았다.


부 위원은 “중국 공산당은 사드 배치 당시를 떠올리며 평양이 섣부른 결정을 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김정은이 마음대로 추가 전략도발을 실행하기 어려운 구조적 환경”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러시아와 함께 대북 제재를 실질적으로 완화하자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내주기도 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잠깐 숨을 돌리자마자 코로나19 진원지가 되었다. 이런 ‘맏형’의 처지를 북한도 모를 리는 없다. 2일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이 계획대로 전략도발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 변수를 고려한다면 그리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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