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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사회주의 유토피아가 중국 인민의 디스토피아로

Jacob, Kim 2020. 4. 22. 01:48








2020년 4월 2일자





[서평 전문]










슬픈 중국 인민민주독재 / 1948-1964 송재윤 지음/까치





중국엔 두 얼굴이 존재한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황허(黃河) 문명의 발상지인 중국은 오랜 시간만큼이나 인류 역사에 깊은 발자국을 남겨왔다. 성리학과 노장사상, 경학을 바탕으로 인류 지성사에 큰 영향을 미쳤고, 사회주의적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짧은 시간에 엄청난 발전을 이루며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반면 또 하나의 중국은 세계 최고의 빈부 격차, 지역 격차, 계급 갈등, 인권 침해 등 여전히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탁월한 리더와 기업을 배출하며 세계를 이끌고 있으나 사상과 종교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언론과 출판의 자유 등도 제대로 누릴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이후 반복되는 중국발 전염병의 확산은 중국 공산당의 관료주의, 언론 통제 및 권위주의 정치문화와 절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중국의 미래가 곧 인류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인구 14억의 대륙국가 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중국과 이웃한 우리는 과연 미·중 갈등의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저자는 주로 중국의 어두운 민낯에 서술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늘날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 과정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조망하면서 중국이 그토록 부르짖은 ‘사회주의 유토피아’가 어떻게 ‘인민의 디스토피아’로 귀결되는지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이 외친 유토피아가 디스토피아의 위기에 빠진 건 ‘인민민주독재’라는 권위주의 체제에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인민민주독재는 1954년 중국 헌법 전문에 명시된 이래 가장 기본적 정치제도다. 마르크스-엥겔스의 고전적인 프롤레타리아 독재 이론에 중국 혁명의 계급투쟁 경험을 결합한 중국 공산당의 통치 이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인민민주독재의 허상을 지적하며 1950년대 초반 중국에서 일어난 대숙청을 예로 든다. 이 시기에 일어난 정치 운동은 수많은 인민을 ‘적인(敵人)’으로 낙인찍는 숙청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마오쩌둥(毛澤東)이 6·25전쟁에 파병을 결정한 것도 익히 알려진 것과 다르다. 겉으로는 ‘완충지대로서 북한을 수호한다’는 목적이었으나 안으로는 비대해진 공산당 지상군 병력을 정리하고 중국 내 결속을 다지려는 목적도 있었다.


책은 3부작의 제1권이다. 중국의 현대사 중 1948∼1964년을 우선 다뤘다. 1948년은 국·공내전 중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인민 홀로코스트가 벌어졌던 해이고, 1964년은 대약진운동(1958∼1962)이 처참한 대기근으로 막을 내리고 광기의 문화혁명(1966∼1976)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저자는 “어쩌면 의도적으로 마오쩌둥의 과오만 쫓아서 편향적인 역사 서술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신화와 역사를 혼동할 때 인간은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되고 만다”면서 “세계시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할 중국 최현대사의 기본적인 지식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366쪽, 2만2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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