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7일자
[기사 전문]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앞으로 북한이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방식을 놓고 유엔(UN)사가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엔군사령부가 북한군의 비무장지대 내 아군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방식을 '과잉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지난 3일 북한군이 중부전선 감시초소(GP)에서 남측 GP를 향해 14.5㎜ 고사총 4발을 발사하자 원점으로 추정되는 북측 초소를 겨냥해 K-3 경기관총과 K-6 중기관총으로 30여발을 사격했다. 하지만 유엔사는 북한군의 우발적 상황인지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남북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군은 초소에서 남측 유엔사 250번 초소를 향해 14.5㎜ 소형 화기 4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14.5㎜ 화기에 대해서도 우리 군이 '고사총'이라고 발표한 것과 달리 '소형 화기'로 표현했다. 북한군 고사총은 중화기로 분류된다.
유엔사 공보장교인 리 피터스 대령은 "유엔사는 북한군과 한국군 양측 모두 군사분계선을 넘어 허가되지 않은 총격을 가한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며 "유엔사는 1953년 이후 성공적으로 수행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계속해서 정전협정 조항을 준수하고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사의 결론대로라면 북한이 도발을 하더라도 우리 군의 자체적인 지침에 따른 대응사격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유엔사는 확전가능성과 위기관리 고조 등을 정확히 따져 비례성 원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틀을 갖고 있다. 지난 2017년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한 병사에게 북한군은 권총과 AK-47소총 40여발을 발사했지만 우리 군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JSA는 유엔사가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 군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을 계기로 응징타격 범위와 수준을 확대했다.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은 그해 12월7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일선 지휘관들에게'선(先) 조치 후(後) 보고' 하도록 지침을 하달하고 북한지역내 공격(도발) 원점까지 자위권 행사 범위라고 강조했다. 이는 대북 응징타격 범위와 수준에 대한 첫 번째 언급이었다.
2012년 3월에는 연평도 해병부대를 방문해 "적 사격량의 10배까지도 대응사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 일대서 교전 시 '같은 화기, 같은 수량'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유엔사 교전수칙에 얽매이지 말라는 발언이었다. 한미는 그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기간 중 확대된 응징타격 절차를 집중적으로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한이 앞으로 도발을 할 경우 우리 군의 대응방식을 놓고 유엔사와 이견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엔사는 이번 조사에서 북한군을 조사하지 않았다. 북한군이 정확히 몇발을 발사했는지, 어떤 총기를 사용했는지 등의 정황을 정확히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의 대응방식이 과잉대응이라는 해석은 지나친 조사결과일 수 밖에 없다.
합동참모본부 차장 출신인 신원식 미래한국당 당선자는 "우리 군이 북한의 도발은 우발적으로 이뤄졌다고 선급한 판단을 내리면서 도발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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