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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동맹 줄세우며 압박하는 미국…‘국가전략’ 바꿀 상황 올 수도

Jacob, Kim 2020. 6. 11. 16:24

 

 

 

 

 

2020년 5월 22일자

 

 

 

 

 

[칼럼 기사 전문]

 

 

 

 

 

미, ‘반중 블록’에 한국 참여 요구…G2 ‘신냉전’ 본격화

70년대 구축된 협력 관계
코로나 사태 겹쳐 청산 위기
“양국 갈등, 일시적 충돌 아냐”
일부선 미 대선 뒤 진정 관측도

안보·경제 등 사이에 낀 한국
냉전 땐 가장 큰 타격 불가피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 미디어허브 특별전화 브리핑에서 “한국과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을 논의했다”며 사실상 한국에 EPN 동참을 요구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격화되는 미·중 충돌로 한국이 경제·전략적으로 입지가 매우 어려워지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EPN은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블록이다. 중국을 글로벌 경제체계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EPN은 단순히 경제 문제에 국한된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닿아 있다. 미국이 각국에 EPN 참여를 촉구하는 것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뿐 아니라 안보·전략적으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구상에 ‘온보드’(승선)하라는 요구다. 현재의 미·중 충돌이 ‘신냉전’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고 분석하는 배경이다.

미국의 ‘동맹국 줄 세우기’는 이미 시작됐다. 백악관이 21일 의회에 제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인도 등 역내 국가와 협력적 관계 강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을 동원해 중국을 견제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할 나라는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택할 수 없는 한국이다. 한국의 안보는 미국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미·중이 모두 개입된 북한 문제도 안고 있다.

이 상황에 대처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현재 미·중 갈등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미·중의 불만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차곡차곡 쌓여 있던 상태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모두 국가주의와 민족적 감정을 정치에 이용하는 통치자라는 점에서 충돌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책 없는 지도자’로 낙인찍히고 그동안의 경제성과를 모두 까먹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위해 중국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 갈등을 격화시키는 요인이다. 미국 대선이 끝나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 미·중 갈등의 수위가 다소 낮아지고 한국도 운신의 폭을 넓힐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이 같은 상황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미·중 갈등은 1970년대 국교 수립으로 시작된 양국 협력관계의 구조를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의 시작일 수도 있다. 미·중 ‘데탕트’(긴장완화)는 중국을 자신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편입시키고 교류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중국의 체제와 국가구조가 자연스럽게 국제질서에 맞게 변화하고 결국에는 미국과 상호협력적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힘을 키우면서 미국의 기대는 빗나가기 시작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이 ‘굴기(堀起·일어섬)’를 시작하자 미·중은 패권 다툼의 시대를 맞았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트럼프 이전에 이미 시작됐다. 또한 코로나 사태 훨씬 이전인 2017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도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지위에 도전하는 경쟁자로 규정돼 있다. 이번 충돌은 미·중 사이에 작동해온 ‘키신저 질서’가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관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일 수도 있다.

미·중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지금의 미·중 충돌은 국내정치적 요인에 기반한 일시적 긴장관계에 따른 게 아니며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미국에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전략 변화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5222114015&code=97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