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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코로나냉전` 시대에 돌아보는 미·소 냉전史

Jacob, Kim 2020. 6. 12. 15:29

 

 

 

 

 

2020년 5월 29일자

 

 

 

 

 

[서평 전문]

 

 

 

 

 

냉전의 지구사 /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 옥창준 옮김 / 에코리브르 펴냄 / 3만9500원

 

 

 

 

 

 

 

 

 

 

'제국'은 힘으로만 건설되지 않는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담보한 국가만이 제국의 칭호를 얻을 수 있어서다. '자유'를 업은 미국, '정의'를 새로 정의한 소련은 보편적 가치를 두고 충돌했다. 좌파와 우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자유와 평등. 제국 간 가치투쟁은 극동의 작은 한반도마저 극렬한 이념의 전쟁터로 만들었다. 제국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신간 '냉전의 지구사'는 미국과 소련 이데올로기 전쟁 배경과 제3세계로 퍼져나간 냉전의 결과물을 조명한다. 두 제국의 성립 시기인 1910년대부터 1960년 인도차이나 전쟁, 니카라과 혁명과 콘트라 전쟁에 이르기까지 주제도 다양하다.

런던정경대에서 냉전연구소장을 역임하고, 현재 예일대 역사학과에서 강의하는 오드 아르네 베스타 교수가 펜을 들었다.

미국과 소련. 두 제국이 리더십을 획득하게 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다. 종전 이후 식민주의 질서를 재건하려는 유럽 제국주의에 단호히 반대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유를 기치로 유럽의 식민지배를 비판했고, 소련은 '정의'의 관점에서 제3세계의 탈식민주의 운동을 도왔다. 세계 약소국들은 각자의 정치적 이익에 맞춰 두 제국에 줄을 댔다.

정치의 세계에선 때론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세계 약소국의 정치 문제는 두 제국의 '약한 고리'가 됐기 때문이다. '제국의 무덤' 아프가니스탄이 대표적이다. 소련은 공산주의 정권을 지키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무력 개입했으나, 스스로 정권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탈레반과 전면전을 치른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내 '민주주의 정권' 수립이라는 뜻을 달성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이라크 침략, 이슬람국가(IS) 등장, 이란과의 갈등은 제국 미국을 다시 시험대에 올린다.

책을 곱씹으며 '냉전(冷戰)'을 다시 생각한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뜻의 냉전은 지나치게 유럽 중심적이기 때문이다. 무력충돌에 시달린 제3세계에 '냉전'은 형용모순이자 기만의 언어다. '차가운 평화'를 누린 유럽에 양국의 갈등은 '냉전'이겠지만, 뜨거운 미사일 세례를 견뎌야 했던 제3세계 국민에겐 두 제국의 싸움은 '맹렬한 열전'이었다.

814쪽에 달하는 '벽돌책'이 부담스럽다면, 두고두고 한 챕터씩 꺼내 읽어도 좋다. 올해가 6·25전쟁 70주년이기에 일독의 의미가 더욱 깊다. '냉전'의 상흔이 전 국토를 할퀸 이 땅에서 '냉전' 과정을 곱씹는 일은 누차 재언해도 지나치지 않다.

 

 

 

 

[강영운 기자]

 

 

 

 

 

원문보기: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0/05/552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