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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더 험난해진 ‘평화체제’…그래도 함께 날아가야 할 길 ['6·25 70년' 평화를 묻다]

Jacob, Kim 2020. 6. 27. 22:34

 

 

 

 

 

2020년 6월 22일자

 

 

 

 

 

[칼럼 전문]

 

 

 

 

 

1950년 6월25일 전쟁 발발로 시작된 한반도의 ‘평화 실종’ 상태는 아직 진행 중이다. 1953년 정전협정으로 적대 행위가 일시적으로 정지됐을 뿐 한반도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평화협정으로 전쟁을 종식시키지 않은 채 휴전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우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6·25전쟁은 세계의 질서를 바꾼 냉전시대 유일한 열전(熱戰)이다. 남과 북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병사들이 한반도에서 전쟁으로 희생됐다.

1990년대 냉전이 종식됐지만 한반도에서는 냉전이 사라지지 않았다. 남북 분단과 일시적 전쟁 정지 상태가 이어지면서 한반도는 ‘세계 유일의 냉전의 섬’으로 남아 있다.

정전 상태의 6·25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전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정전협정 체결 1년 뒤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제네바 정치회담’이 열렸지만, 이 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인도차이나 문제가 함께 논의됐고 유엔군으로 6·25에 참전한 16개국과 북한·소련·중국 등이 함께 참석했다. 6·25전쟁이 남과 북만의 전쟁이 아니라 국제전쟁이며,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 역시 남과 북의 의지 외에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회담이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강대국들의 입장 차이는 6·25전쟁을 끝내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다.

남과 북이 지난 세월 동안 7·4 공동성명부터 9·19 평양 공동선언까지 평화정착을 위한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6·25전쟁 종식’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쟁 종식-평화구축·비핵화-분단 해소로 이어지는 민족의 대장정은 첫 단추를 끼우지 못한 채 긴 세월이 흐르고 이제는 한반도가 전쟁 중이라는 사실조차 때때로 망각하는 삶이 이어지고 있다.

6·25전쟁은 잊혀져 가는 전쟁이다. 전쟁을 직접 경험했던 세대는 사라져 가고 아슬아슬한 평화에 길들여진 세대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 정전협정 당사국들은 전쟁이 멈춘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 시도가 번번이 좌초하면서 평화에 대한 감각도 무뎌지고 있다.

현재의 한반도 정전체제는 비록 평화를 유지시키고는 있지만, 그 평화는 힘의 균형을 통한 ‘차가운 평화’다. 힘의 균형으로 이뤄지는 평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무기를 필요로 한다. 북은 살아남기 위해 핵무장의 길을 걸었고, 남은 북의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확장 억제력을 들여왔다. 이제 한반도의 전쟁 재발은 곧 핵전쟁을 의미한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지금 6·25전쟁 70주년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6222052035&code=91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