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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1년만에 등장한 '발트의 길'… 벨라루스 독재에 맞서 32㎞ 인간띠(요약)

Jacob, Kim 2020. 8. 25. 13:08

 

 

 

 

 

 

2020년 8월 25일자

 

 

 

 

 

 

[기사 전문]

 

 

 

 

 

소련의 발트3국 점령에 반발해 1989년 펼친 '비폭력 저항 운동'



 

 

 

 

 

23일(현지 시각) 발트해 연안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심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장갑 낀 손을 잡거나 적당히 거리 두기를 한 뒤 인간띠를 차곡차곡 쌓았다. 빌뉴스 외곽을 지나 고속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끝없이 이어지던 띠가 닿은 곳은 이웃 나라 벨라루스 접경 마을 메디닌카이. 32㎞ 인간띠에 5만여 명 이상이 줄을 섰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리투아니아와 함께 발트3국으로 불리는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도 자유광장에서 벨라루스 대사관까지 남북으로 약 2㎞ 인간띠가 만들어졌고, 라트비아에선 벨라루스와의 국경 지대인 피에드루자에 인간띠가 등장했다. 발트3국 시위대는 모두 벨라루스 반(反)정부 시위대가 든 깃발을 들고,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외신들은 이날 "벨라루스 민주화를 지지하고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발트의 길'이 31년 만에 다시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1989년 8월 23일, 당시 소련 치하였던 발트3국의 시민 200만여 명은 "소련의 발트 점령은 무효"라고 외치며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부터 라트비아의 리가, 리투아니아의 빌뉴스로 이어지는 670㎞의 거대한 인간띠를 만들어 저항했다. 독일과 소련이 폴란드와 발트3국을 나눠 갖기로 비밀 조약을 맺은 지 50년 된 날을 잡아 이를 규탄한 행사였다. '발트의 길'로 불린 이 장면은 각국 외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국제 사회의 큰 지지를 받았다. 2년 후 발트3국은 소련에서 독립했고 '발트의 길'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북유럽 비폭력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발트3국과 벨라루스는 소련으로부터 같은 해 독립했지만 다른 길을 걸었다. 벨라루스의 현 대통령 루카셴코가 친(親)러시아 노선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발트3국으로선 접경국 친러 성향 정권이 부담이다. 루카셴코를 축출하려는 시위대에 연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벨라루스에서도 15만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민스크의 국회의사당과 주요 정부 기관이 위치한 네자비시마야(독립) 광장에 모였다. 이날 루카셴코가 헬기를 타고 시위 현장을 둘러본 뒤 방탄복을 입고 손에 소총을 든 채 헬기에서 내리는 영상이 관영 매체에 의해 공개됐다. 가디언은 "시위대에 보내는 일종의 무력 진압 경고"라고 했다.

 

 

 

 

 

[임규민 기자 kinggaegoor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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