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9일자
[칼럼 전문]
‘투키디데스의 함정’ 에 걸린 美
코로나로 깊은 경기침체 빠져
中서 우위 잡으면 北 유리해져
韓·美동맹 유지해야 평화 지켜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양국이 코로나19, 홍콩, 무역, 남중국해, 인권, 사이버 등 전 분야에서 충돌 코스로 치닫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3일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 양측이 대화와 협상 쪽으로 방향 전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때리기’ 이외에 다른 유효한 대선 득표 전략이 거의 없다.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중국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 크게 실점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만큼 미국에서 중국은 제1의 경계 대상이다. 기존 패권국인 미국이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인 중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현대판 ‘투키디데스 함정’에 미국이 단단히 걸려 있다.
미·중 신냉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든이 집권해도 미·중관계 재정립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양국이 치열한 힘겨루기를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미·중 신냉전은 호사가의 담론이라는 주장이 우세했었다. 미·중 양국이 글로벌 경제체제 속에서 긴밀하게 얽혀 있는 ‘커플링’ 상태를 해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퇴조하고,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부상하면서 미국 조야에서 ‘디커플링’만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중국에서 발원된 코로나19로 미국이 세계 최악의 피해국이 되면서 미·중관계는 끝없이 자유 낙하하고 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완전히 실패했고, 이번 대선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를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성난 민심의 향배를 돌리려 하지만, 이미 회복 불능의 내상을 입었다.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해도 내년 1월 20일이 돼야 취임한다. 그때까지 미국은 코로나19에 정복당해 대외 문제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신냉전은 이념과 시스템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의 독재 공산주의 체제에 보기 좋게 밀렸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속수무책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미국보다는 낫다는 중국의 주장을 반박하기 어렵게 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미국이 경제 분야에서 중국에 압도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미 경기 침체의 수렁에 빠졌고,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다시 경제활동을 동결해야 하는 절망적인 사태에 직면했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코로나19를 차단하면서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2% 반등하는 ‘V자’ 회복에 성공했다.
미·중 신냉전에서 중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수록 한반도 정세는 더욱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면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중국 카드’가 사라진다. 북한은 중국의 압력에서 벗어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와 국제정세를 쥐락펴락하려 들 게 뻔하다. 이때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이겨도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이미 낭패를 본 북한 문제에 더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바이든을 ‘미친개’라고 부르며 더 늦기 전에 때려잡아야 한다고 막말을 했다. 바이든은 대통령이 되면 실패한 정책인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는 길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한국 정부는 최근 대화파로 외교안보팀을 재정비하고 남북관계의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려 한다. 이때 중국이 승기를 잡아가는 미·중 신냉전 전개 양상이 한국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이 약할수록, 한·미관계가 약할수록 북한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 트럼프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 위협을 해도 한국이 한·미동맹의 틀을 굳건히 지켜야 남북관계 교착 상태를 타개하려는 시도라도 해볼 수 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원문보기: http://www.segye.com/newsView/20200719513156?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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