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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시시비비] 한반도형 협력안보를 위해

Jacob, Kim 2020. 9. 1. 16:08

 

 

 

 

 

 

2020년 7월 27일자

 

 

 

 

 

 

[칼럼 전문]

 

 

 

 

 

 

7월10일 발표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담화는 그 내용과 형식에서 '획기적'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전략적 실패를 솔직히 인정했다. 그것을 교훈 삼아 자신들의 대미 협상 요구도 명확히 제시했다. 이 담화는 최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만큼 자신들의 기대와 입장을 보아 달라는 목소리다. 사실상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보내는 '마지막 협상'의 초대장이라고 볼 수 있다.

전하는 요지는 이렇다. 협상은 미국의 중대한 태도 변화 시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선 '적대시 철회'가 있어야만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것이다. 하노이 이전보다 '문턱' 하나가 더 생긴 것이다. 이후 협상과 합의는 '불가역적 중대조치들'의 동시 교환, 즉 '비핵화 vs 안전보장'의 단계적 교환이다. 여기서 '안전보장'은 북한의 표현으론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철회'다. 문턱과 본게임 모두에 '적대시 정책 철회'가 있으나 그 수준은 차이가 있다.

협상 진입을 위한 '적대시 철회'는 한미연합훈련 중단, 미국의 대북제재 추가조치 중단, 테러 지원국 재지정 철회, 인권 문제 제기 중단 등이다. 반면 협상 본게임에서 교환되어야 할 '적대시 정책 철회'는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 중단, 북한을 핵으로 선제 타격 대상으로 지정한 미국의 핵정책 변경, 한반도 무기 도입·반입 중단, 한미연합훈련의 영구 중단 또는 축소·성격 변화, 북·미 관계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대북제재 해제 등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시 정책의 핵심은 '군사적 위협' 해소다. 비핵화를 하는 만큼 자신들을 향해 있는 군사적 위협을 해소해 달라는 얘기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비핵화'라는 문제 틀만으로는 협상 진입, 합의, 실천 모두에서 한계를 갖는다. 비핵화에 상응하는 안전보장이 동일하게 하나의 그릇 안에서 상호 등가적으로 교환되는 구도, 당사국 모두의 안전이 보장되는 구도가 필요한 것이다. 즉, 당사국 모두의 '상호 안전보장' '협력적 위협 감소' '평화제도화'를 중심에 놓는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의 '비핵화'를 중심에 놓고 이것이 선행되어야만 한다는 접근보다는 점진적으로 핵 위협을 포함한 전반의 군사적 위협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는 접근이 현실적일 수 있다.

남·북·미가 비핵화를 하나의 목표로 삼되 그 과정이 점진적이거나 부분적인 핵위협 감소를 상당기간 경유하는 긴 호흡과 시간을 요하며 재래식무기의 위협, 평화의 제도화와 단계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질을 '상호안전보장'에 두고 어떻게 상호안전을 보장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핵 위협, 재래식무기 위협을 가능한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감소시켜 상호안전보장 수준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다.

이런 단계적 상호안전보장, 위협 감소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라도 비핵화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현실적인 평화프로세스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핵심은 남북 및 주변 강대국들이 상호안전을 보장해 가며 가능한 것부터 위협을 감소시키는 종합적인 '협력적 전환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합의하는 것이다. 현실 가능한 수준에서 핵위협을 포함한 전반의 군사적 위협을 감소시켜 나가는 접근은 '비핵화' 수용과 선행 여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협상 및 접근구도의 비효율성 때문에 현실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지 못해 왔다.

'비핵화'만을 유일 기점으로 삼는 방식이 아니라 '상호안전보장'이란 차원에서 비핵화를 위치시키고 다른 안전보장 사안과 연계를 통해 단계적으로 위협을 감소시켜 나가는 접근, 구체적 프로그램의 구상이 필요하다. '상호안전보장'이란 차원에서 핵무기, 재래식무기, 평화제도화 등이 가능한 수준에서 맞물리며 '신뢰'를 단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원문보기: https://view.asiae.co.kr/article/2020072716453799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