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4일자
'사드 보복'에 3조 규모 롯데타운 꿈 좌절…계열사별 中 사업 정리도 난항
[기사 전문]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롯데그룹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 피해'의 상징인 중국 랴오닝성 선양 롯데타운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 여파로 시작된 중국 정부의 롯데그룹 관련 제재 조치에 이어 현지 시장 환경 악화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3년 7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선양 롯데타운 예상 사업비 3조 원 중 현재까지 2조 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획상으로는 지난해 실내 테마파크와 쇼핑몰, 호텔과 오피스텔 등 초대형 복합시설을 완공시켜 중국판 '롯데타운'으로 운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에 휘말리면서 지난 2016년 말부터 공사가 모두 중단된 상태다. 지난 2014년 5월에는 1차로 선양 롯데백화점·영플라자를 비롯해 아파트, 영화관 등이 들어섰지만, 공사 중단 여파 등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던 선양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말에 폐점됐다. 롯데시네마도 지난해 8월 영업을 종료했다.
또 중국 정부가 지역 건설경기 부양 등을 위해 지난해 4월 중순께 롯데월드 등에 대한 시공 인허가를 내줬지만, 롯데그룹은 현지 시장 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본격적인 공사 시작을 미뤄왔다. 또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공사를 진행시키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는 롯데가 '탈중국'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사업을 더 진행시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롯데가 사드 사태가 불거진 후 2016년 말 선양 롯데월드 건설 중단을 시작으로 계열사 전 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 소방 및 위생점검, 안전점검 등을 받으며 중국 정부의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994년 롯데제과로 중국 시장에 첫 진출한 후 현지 사업 확대에 나서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차츰 사업을 정리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실제로 롯데는 사드 부지를 제공한 후 중국 현지에서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사업 기회 손실 등으로 입은 유무형의 피해 규모가 2조 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통 계열사들이 영업정지와 불매운동 영향을 받아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중국에는 롯데제과를 비롯해 마트, 백화점, 화학, 관광 등 20여 개 계열사가 진출했었으나, 롯데마트는 중국 사업을 모두 철수했고 백화점도 청두점 1곳을 제외하고 매장을 모두 정리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역시 각각 중국 공장 2곳을 매각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추진했지만 한 발짝도 나아간 것이 없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중국 상황이 어려워 사업 조정 차원에서 식품 부문의 현지 공장 매각을 검토했지만 현재로선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여러 이슈들로 쉽지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서 식품은 일부 공장만, 유통은 대부분의 사업을 철수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현지에서 화학 사업 정도만 계속 유지할 듯 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롯데가 중국 사드 보복뿐만 아니라 여러 이슈에 따른 불매운동,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전 계열사의 실적이 악화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탈중국을 하기 위한 내부의 움직임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이 해외 사업에 대한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던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신 회장은 "생산 최적화를 위해 많은 생산시설이 해외로 나갔지만, 지금은 신뢰성 있는 공급망(Supply Chain) 재구축이 힘을 받고 있고 투자도 리쇼어링하고 있다"며 "국제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시기인 만큼 해외사업을 진행할 때에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올 상반기 중에 백화점, 롯데월드 부지 등을 포함한 '롯데타운' 매각 협상 등을 마무리하려고 했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전혀 진행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가 현지에서 피해를 크게 입으면서 중국을 사실상 '리스크 국가'로 분류하고 손절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선 인수 희망자를 찾기가 어려워 사업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아 내부에선 속앓이를 하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각 사업장별로 매각이나 합작, 아니면 전체를 임대하는 방안, 부지 축소 등을 두고 결정한 것이 전혀 없다"며 "지금은 협상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로,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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