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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한반도포커스] 北 폭거에 대응 못하는 정부

Jacob, Kim 2020. 9. 8. 15:15

 

 

 

 

 

 

2020년 6월 29일자

 

 

 

 

 

 

[칼럼 전문]

 

 

 

 

 

 

지난 3년여에 걸친 한국 정부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언제든지 한국을 위협할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존재임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북한의 대남 공세는 작년 북·미 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부터 조짐이 있었긴 했다. 북한은 갑자기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직접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지 살포를 문제 삼은 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저질러 남북 관계를 크게 손상했다.

남북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은 연일 한반도에 정찰기를 띄워 북한을 감시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6·25 70주년 행사에 참석, ‘평화를 원하지만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하게 천명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확성기 재설치나 전단 살포 등을 일단 보류시키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북한으로서는 더이상 갈등이 심화되면 평화에 대한 열망으로 소통과 교류를 강조했던 한국 정부도 등을 돌릴 것이고,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는 한·미 연합훈련 재개가 기정사실화된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이는 북한에도 부담이며, 북한의 최대 조력국인 중국에 미·중 갈등을 조장하는 요인이므로 중국 설득도 작용했을 것이다.

북한의 이번 행동은 국제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를 되돌리기 위한 내부적 결속 강화나 군부 강경파 달래기 등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이 목표인데 한국 정부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약속한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지나치게 미국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눈치 보지 말고 제재 완화나 식량 지원 등 북한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달라는 억지를 쓰는 것이다.

북한 주장이 억지인 것은 그들이 남북 화해와 소통의 출발점인 ‘완전한 비핵화’를 잊고 있기 때문이며 어쩌면 우리는 이를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미 핵협상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점을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북·미는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두 차례 정상 회담을 진행했고, 3차 판문점 회동까지 한 바 있다. 그러나 양측은 비핵화 개념과 방식 등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비핵화는 남·북 간 판문점 선언이나 상호 적대 행위를 금지한 9·19 군사합의의 기본 전제다. 비핵화 논의가 실종된 교류협력은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며 북한이 그토록 주장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도 위배된다.

한반도 종전 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의 본질이며 핵심 문제인 비핵화는 안타깝게도 이미 주변화(marginalization)됐다. 김여정의 군사적 조치에 대해 흥분하던 일부 사람들이 김정은의 보류 조치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종전 선언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무엇이 달라졌다고 갑자기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북한은 비핵화 논의가 주변화된 틈을 타 실질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만끽하면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물론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대형 방사포 등 다양한 무기 체계를 구비한 현실적 군사 실체가 됐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남북 합의를 무산시키는 북한의 폭거에도 여전히 ‘상황 파악 중’ ‘지켜보는 중’이라며 정부가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북한을 계속 설득하고 미·중 등과 협력하면서 유인책도 제시해야 하지만, 북한의 오판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비핵화 없이는 다른 길이 없음을 각인시켜야 한다. 당장은 강력한 억지력 구축이 우선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원문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4976&code=11171395&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