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9일자
[칼럼 전문]
분단국 한반도 주변에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와 같이 세계적 강대국들이 포진해 있다. 이론적으로 한국은 중립, 전략적 독립, 동맹의 선택이 있다. 중립이 좋긴 하지만 우리에게 현실적 선택이 아니다. 유럽의 벨기에와 스위스는 강대국에 싸여 있어 중립으로 국익을 도모하려 했다. 알프스 산악으로 보호되는 스위스는 주변 패권국이 정복의 통로로 사용하기 어렵게 돼 있다. 스위스의 중립정책은 성공했다. 벨기에는 패권국이 반드시 통로로 사용해야 하는 위치다. 번번이 패권국들이 벨기에의 중립을 유린했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로 보아 스위스가 아니라 결정적으로 벨기에와 비슷하다.
전략적 독립은 세계에서 미·중·러·유럽연합(EU)·인도 정도만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전략적 독립에 필수적인 핵무장 등을 해야 한다. 한국의 핵무장은 필연적으로 주변국, 특히 일본의 핵무장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중·러 등과 연쇄적인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한국은 더욱더 위험한 안보 환경에서 더 많은 예산을 국방에 투입해야 한다. 전략적 독립은 한국의 선택이 아니다.
그러면 다른 나라와 동맹을 맺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 우리는 한·중 조공 관계를 오래 경험했다. 그러나 다양성과 선택이 열린 새로운 시대에 과거 회귀는 시대착오적이다. 한국은 이제 중국을 포함한 모든 주변국과 동맹이 아니라 선린우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를 포기하고 중국과 동맹을 맺으면 일본·러시아로부터 경각심을 촉발하게 된다. 또한, 지리적 인근국과 동맹을 맺으면 종속성이 커지고 국정 운영에 간섭을 받게 된다. 결국,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과의 동맹이 한국의 국익을 최대한 반영한 선택이다. 적어도 한반도 분단 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그런데 이런 한·미 동맹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서서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축소했다. 방위비 분담도 그가 타결을 막고 있다. 그런데 그는 2주 뒤 11월 3일 대선을 치러야 한다. 그가 낙선하면 미국발 동맹 위협이 사라진다.
역사를 보면 나라의 위기는 항상 내부에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 제52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결과, 이수혁 주미대사의 발언, 전시 작전통제권과 종전선언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현 정부의 측근 인사들은 주한미군 철수를 바라는 언급을 자주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으로 한·미 동맹을 대체하자는 것이다. 잘못된 생각이다. 북한 정권은 철저한 통제 체제로 유지된다. 정상적인 화해·교류·무역·투자는 북한에 독이 든 당근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평양이 통제 체제를 유지하는 한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강력한 대북 참여정책을 추진했으나 얻은 게 없다. 중국·대만 간에는 연간 수백만 명이 오가며, 주간 수백 개의 직항편이 있다. 참여정책 20여 년이 지난 지금 남북 사이에는 단 한 건의 자유로운 방문, 단 한 대의 남북 직항기도 뜨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참여정책을 늦게 추진했다거나, 북핵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때문이라고 한다. 스스로 설정한 프레임에 싸인 이들의 변명이다. 북한은 우리의 형제자매인 동시에 최대 안보 위협이다. 이러한 상대를 형제자매로만 보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그것도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자로서 말이다. 남북관계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때 한·미 동맹에 대한 우리 내부의 위협이 사라진다.
최영진 前 주미 대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101901073111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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