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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특강] "아마존도 한국선 성장 못해"...'규제 대못' 뽑아야 유통 선진화

Jacob, Kim 2017. 2. 3.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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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일자



소비빙하기, 유통혁신이 답



<중> 규제 턴어라운드로 판 키워라
정치권 포퓰리즘 악법에 독과점 규제...새판짜기 발목
反시장일변도 벗어나 점포대형화 등 큰틀서 지원을




[기사 전문]



“3~5년 내에 적자로 문 닫는 백화점이 나올 겁니다. 기업들은 생존을 건 변신 중인데 정치권은 곳곳에서 발목을 잡고 사실상 위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백화점 고위관계자)

“아마존이 애플과 구글을 넘어서는 기술혁신을 이뤄내는 것은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해주는 탄탄한 이익구조 때문입니다. 거듭된 혁신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아 시장점유율이 커졌기 때문인데 국내 상황에서는 독과점 이슈에 걸려 이 같은 성장 자체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유통학계 전문가)




소비빙하기를 넘어서는 유통 혁신을 위해 전문가들은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판을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업계가 신소비를 창출하고 4차 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을 반영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데도 구시대적인 획일적 규제가 산업의 진화를 가로막고 ‘새판짜기’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유통 규제 이슈가 넘쳐났던 지난 국회에 이어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유통과 관련된 악법들이 무려 20개 가까이 발의됐다. 독과점 등 정부발 규제 이슈도 성장의 발목을 잡기는 매한가지다.

소비 최전선과 직결된 유통업계에서 규제 법안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며 생존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번 설 명절에 처음 적용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의 여파로 5만원 이상 되는 선물이 제한되면서 백화점 선물 매출이 10% 감소했다. 5만원 이하 선물이 대부분인 대형마트도 5%가량 역신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진행된 백화점 신년세일 실적은 20~30% 깜짝 성장했다. 소비불황에도 필요 소비는 일어나지만 법 규제가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한 셈이다.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은 정부의 갈지자 면세정책에 직격탄을 맞아 좌초 위기에 내몰렸다. 독과점을 막는 한편 면세업의 판을 키우고 중소·중견기업에도 문호를 열겠다는 정부 정책이 본래 취지를 살리기는커녕 명망 높은 중견기업의 날개까지 꺾은 것이다.



깊어지는 불황에 경제살리기를 외치는 가운데서도 이처럼 아이러니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시장경제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구호성 포퓰리즘’ 정책이 내수침체를 빌미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귀에 좋게 들리는 경제법안의 상당수는 한 꺼풀 벗기면 경제를 살리는 법안이 아니라 죽이는 악법”이라며 “19대 국회에서 이런 법안을 주도한 의원 상당수가 20대 국회에 진입조차 못했지만 여전히 경제 진화와 기업을 악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난무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대선 이슈가 앞당겨지며 이 같은 법안들은 더욱 주목되고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훈 무소속 의원 등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일수를 주 1회로 2배가량 늘리고 백화점과 면세점에 월 2회의 의무휴업을 신규 지정한다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 발의했다.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해 말 대형점포가 지역협력계획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매출의 10%까지 부과한다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 등은 지난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개설을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자는 법안도 내놓았다. 겉으로는 유통발전을 들먹거리지만 업계와 학계에서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규제법안들이다.



반면 고용기여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국회에 수년째 계류돼 있다. 제조업의 빈자리를 채우고 내수확대 등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지만 후속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롯데 상암, 이마트 부산 연제 등 지자체 및 정치권의 입김에 문을 열거나 첫 삽을 뜨지조차 못하는 대형점포도 줄잡아 10여 곳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가 ‘을’인 만큼 유통시설 유치에 애쓰던 지자체가 완공시점에 입장을 바꿔도 불만을 표하기 힘들다”며 “고객이 원하는 초대형 매장을 짓기 위해 투자액이 천문학적으로 치솟았지만 문을 열 수 있을지부터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답답해했다.



차제에 규제 및 감독 또한 산업 진화를 반영해 큰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산업 선진화 추세와 고객 니즈 변화를 반영하는 점포 대형화 등은 지원하되 내부 처우 및 고용, 일자리 안정화 방안 등에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타 산업과 달리 유통업에 독과점 이슈를 고수하면서 오프라인과 달리 초대형 온라인 유통업체가 국내에 등장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4차 산업혁명 진화 과정에서 알리바바 등이 건재하는 중국보다 뒤지게 된 상황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학계 관계자는 “불필요한 유통규제 청산이 소비빙하기를 뚫는 주요 방안으로 거론될 만큼 국내 유통산업은 금융과 맞먹는 규제 산업의 위치에 있다”며 “진정한 경제 활성화를 원한다면 정치권이 먼저 반시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독일과 일본·영국 등의 경제 활성화 정책들을 분석하고 벤치마킹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희원·신희철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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