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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해외칼럼] 미국은 ‘최정상 국가’인가

Jacob, Kim 2018. 12. 5. 15:17







|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GPS’ 호스트





2018년 12월 3일자





경제 독주 계속되고 있지만
국제무대서 갈수록 입지 축소
中은 빠른 속도로 영향력 키워
美 국제기구·규범 강화 나서야





[칼럼 전문]





아르헨티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는 미국이 여전히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시점에 개최됐다.

미국 경제는 호황을 구가하고 달러화의 위세는 등등하며, 미국 기술 업체들은 흔들림 없이 새로운 디지털경제를 지배하고 있고,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어느 곳에서도 미군에 대적할 적수는 없다.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가 지적하듯히 글로벌 경제는 ‘정상에 선 미국’을 확인시켜준다.

그러나 미국의 패권을 잠식하는 장단기 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

지난 10년간 미국 주식은 세계 최고 실적을 기록했으나 경험칙으로 봐 이런 추세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지금 미국 경제는 사상 두 번째로 긴 장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조만간 하강기로 접어들 것이다.

게다가 이자율이 오르고 기업이윤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예산 적자는 빠르게 치솟고 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자율 인상을 두고 중앙은행을 비난한 것 역시 경기둔화를 염두에 두고 책임소재를 돌리려는 포석일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광범위한 구조적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

선진 경제국들 가운데 미국의 독주가 계속되고는 있지만 ‘나머지 국가들’ 중 중국의 급부상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이미 규모 면에서 세계 2위인 중국 경제는 미국 경제에 비해 3배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5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글로벌 경제 전체의 2% 미만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오늘날 중국 경제의 비중은 15%로 늘어났고 아직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20대 기술 업체들 가운데는 중국 기업이 무려 9개나 포함돼 있다.

이 같은 경제적 현실은 지정학적 효과를 갖게 된다.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와 아시아 주요 경제국들의 주된 무역 파트너로 이들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자국의 영향력을 아시아 이외 지역으로까지 확장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단순히 시장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우방국을 확보하고 그들의 대중국 의존도를 높이려는 게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중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트럼프 행정부조차 막거나 대처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남중국해 통제권을 확대했다.

요즘 세계 지도자들은 정상모임을 열 때마다 세계무대에서 후퇴하고 있는 미국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미국의 뒷걸음질이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역할 축소는 이라크 전쟁의 여파가 이어지던 시기에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 이들 대부분의 공통된 견해다. 조지 W 부시로부터 오바마를 거쳐 현재의 트럼프에 이르는 3개 행정부에 의해 미국의 몸 사리기가 꾸준히 추진됐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정책에서 유난히 호전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부시와 오바마·트럼프 등 3인 모두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정치적 혹은 경제적 개입을 자제한 채 고립된 요새처럼 외따로 존재하려는 ‘포트리스 아메리카(Fortress America)’ 멘털리티를 따랐다.

해외 지도자들은 급증하는 예산적자로 미국의 향후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질리언 테트는 미국이 매일 부채비용으로 14억달러를 쓰는데 이는 선진공업국들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서열 2위 국가가 지불하는 하루 부채비용의 10배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이자율이 오르고 사회보장과 건강보험을 수령하는 나이 든 고령자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연방정부는 재정적으로 옴짝달싹하기 힘든 형편이 될 것이다.

에즈라 클라인은 미국 연방정부를 “거대한 상비군의 보호를 받는 보험재벌”이라고 꼬집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그렇게 돼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후퇴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지 않는다. 아니, 미국이 발을 뺀 세계는 한층 더 혼잡하고 추해질 것이다.

그것이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다면 오늘날의 중동을 들여다보라.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권 국가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지역의 안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온 미국이 중동지역 파워브로커라는 전통적 역할을 내려놓자 이란과 터키·사우디아라비아가 그 공백을 파고들며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리야드에 중동정책의 하도급을 주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분별한 행동을 부추겼고 그 결과가 바로 역사상 가장 참혹한 인도주의적 위기로 꼽히는 예멘전쟁이다. 현재 예멘에는 1,200만명이 아사 직전 상태다.

이처럼 불확실한 요인이 강화되고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워싱턴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전략은 미국의 국익과 가치를 보존하고 견지하는 한편 지구촌 전체의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는 방편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탄생한 국제기구와 규범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을 제어하는 최상의 방책은 노골적인 압박공세가 아니라 베이징이 국제사회와 상호의존적 관계를 강화하고 유지하도록 은근히 힘을 가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중국은 다자그룹의 틀에서 빠져나와 앞으로 베이징의 통제를 받게 될 협상 파트너를 상대로 일대일의 거래를 맺는 방식을 선호한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형태의 다자주의를 반대하는 데 열을 올린다.

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워질수록 질서를 제공하는 힘은 잠식된다.

그리고 종종 그렇듯이, 중국은 미국의 퇴보를 지켜보며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듯 차분히 이득을 챙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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