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중국, 미국 보란 듯 ‘괌 킬러’ 발사 장면 공개

2019년 1월 29일자

ㆍCCTV 통해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26 발사 영상 보도
ㆍ미, 일본에 최신 레이더 배치 움직임…중, 미에 무력 시위

[기사 전문]

중국이 최근 관영매체를 통해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東風·DF)-26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DF-26은 미국령 괌을 사정권 내에 두고 있어 미국에 대한 무력 과시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대만·남중국해 문제 개입뿐 아니라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태세 강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풀이도 있다.

중국 관영 CCTV 군사 채널은 지난 24일 군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인민해방군 로켓부대가 중국 북서부에서 이동식 발사대를 통해 DF-26 발사 훈련을 하는 영상을 보도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해 4월 DF-26을 실전 배치했다고 발표했지만, 발사 장면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F-26은 사거리 3000∼5741㎞로 서태평양의 괌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괌 킬러’로 불린다. DF-26은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CCTV가 공개한 DF-26에 4개의 비행 통제 시스템을 장착한 모습으로 볼 때 고정 목표물뿐 아니라 미 항공모함과 같은 이동 목표물에 대한 공격 능력이 높아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9일 중국이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DF-26 발사 장면을 공개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DF-26 발사 장면이 공개된 지난 24일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과 보급함이 대만해협을 지나는 항해 작전을 펼쳤다. 미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 항해는 지난해 7월 이후 4번째다.

아담 니 호주 매쿼리대 교수는 “이번 훈련은 중국의 미사일 능력이 상당히 향상됐고, 미국의 항모, 군사기지 등 전략 자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미·중관계가 악화할수록 중국의 이러한 훈련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미사일 무력 시위가 미국이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속도를 내자, 이에 맞대응하는 차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사일방어 검토보고서(MDR)를 발표하면서 “미국을 향해 발사되는 어떤 미사일도 반드시 탐지해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미사일 위협을 지적하며 MD 강화에 나설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실제 미국이 중국·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에 ‘미본토방위레이더(HDR)’라는 최신예 레이더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28일 보도했다. HDR은 미 본토, 하와이, 괌을 향해 발사되는 ICBM을 발사 지점 근처에서 추적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이 최근 차량으로 운반 가능한 ICBM을 개발하는 등 미사일 발사 징후를 파악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미국 측 판단이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1292137015&code=97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