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일자
"트럼프, 태평양 전력 확충 위해 INF 탈퇴…中 겨냥"
"미중 관계 악화로 북미 핵협상에도 위협요소"
[기사 전문]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미국이 1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INF)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양국 간 핵무기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약 파기가 현실화되면 미국이 중국 세력권인 태평양에서 재래식 병력을 증강하는 길이 열려 사실상 중국에 대한 미국의 선전포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경우 북핵 문제 해결에도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INF 조약을 위반했다"면서 "미국은 INF 조약에 따른 의무 이행을 중단하고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하는 모든 미사일과 발사대, 관련 장치를 파괴하지 않는다면 6개월 후 탈퇴를 위한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옛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INF 조약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냉전시대의 종식'을 선언한 역사적 협정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미국이 INF 조약 불이행을 선언하면서 32년 만에 조약이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전문가들과 서구권 사이에서는 러시아의 조약 위반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결정이 옳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미국을 지지했지만, 많은 미 군축 전문가들은 "새로운 군비경쟁이 우려된다"며 "미사일에 전혀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세계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중 관계 악화에도 기름을 부을 수 있다. 미 외교·안보 매체 포린폴리시(FP)는 INF 조약 탈퇴가 '러시아 뿐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조치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약에 의해 묶여있던 재래식 무기를 확충할 수 있게 돼 미국이 태평양에서 중국과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INF 조약 서명국이 된 적이 없어 그동안 조약의 규정에 제한받지 않고 '항모킬러'로 불리는 DF-21 대함미사일 등 방대한 재래 군비를 구축해 태평양 항행의 자유를 위협해 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톰 카라코 분석관은 "미국이 INF 조약 폐기를 통해 태평양 지역에 핵심적인 지상 발사 거점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지상군이 더욱 정교한 장거리 화력 프로그램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중 관계가 군사적 대립으로 번진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은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중국을 포함시킨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무역갈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된다면, 북한 핵협상에 잠재적인 위협요소가 하나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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