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 1945/21세기 미중러일 전쟁

[문화일보] 기술·자원·무역 ‘모든 것을 무기로’… 美·中, 이미 ‘3차대전’

Jacob, Kim 2019. 6. 15. 05:02







2019년 6월 7일자





[기사 전문]









- 지금 세계는 총성없는 ‘하이브리드 전쟁’

관세전쟁 이어 기술전쟁 비화

외교·안보분야 패권경쟁 넘어

경제 ·사회 ·문화 전방위 확산

푸틴 ‘위대한 러시아’ 신호탄

천연가스 무기로 서방과 전쟁

韓에 대한 中의 사드보복조치

하이브리드 전쟁 심리전 일환





지금 세계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을 중심으로 총성 없는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복합전쟁)’을 치르고 있다. 화웨이(華爲)를 둘러싼 충돌이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전쟁 사례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1일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도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에 맞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는 대중(對中) 압박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주변 동맹 국가들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공식화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2일 미·중 무역협상 백서 특별 발표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고, 싸우고자 한다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미·중 패권전쟁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두 나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설이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는 “하이브리드 전쟁은 핵무기를 사용하기 힘든 강대국들이 신(新)냉전시대를 맞아 전통적 군사력뿐 아니라 정치, 경제 등 비군사적 요소와 사이버전, 심리전, 군사 경쟁을 포함해 전방위로 전개하는 새로운 개념의 전쟁 양상”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제3차 세계대전의 전조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은 전방위 하이브리드 전쟁 중 =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전쟁에 이어 5세대(G) 이동통신 패권을 둘러싼 기술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두 강대국 간 전쟁은 안보·외교 영역을 넘어 경제, 사회, 문화 영역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성헌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지난해 12월 ‘정세와 정책’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무역’이 아닐 수도 있으며,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미·중 구조적 갈등의 ‘일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0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허드슨연구소에서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미국 안에 (다양한 형태로 미국의 정보를 빼내는) 영향력을 심어 중국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고 중국 위협론을 제기했다. 미국을 상대로 한 중국의 하이브리드 전쟁의 대표적 사례는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경제 절도 행위다. 2014년 미국 법무부는 원자력 발전, 태양광, 금속 산업과 관련된 미국 기업들의 정보를 빼낸 5명의 중국군 해커를 사이버 스파이 행위 혐의로 기소했다. 미 정보당국은 중국이 도용한 지적재산권 가치가 1조2300억 달러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미국은 지적재산권을 도용한 혐의로 중국의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참할 것을 일본과 유럽연합 등 동맹국에 요구했고, 이를 관철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의 대표적인 물류기업 페덱스에 대한 조사로 맞불을 놓았다.

미 상원의 테드 크루즈 의원은 “화웨이는 통신회사의 베일을 쓴 중국 공산당 첩보기관”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으며, 민주당 마크 워너 의원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끄나풀이며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중국의 사이버 전쟁 등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미국은 중국 국영 기업을 사이버전 등을 강행하는 핵심전략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자, 중국이 “국유 기업을 구조조정하라는 것은 공산당 보고 팔에 칼 긋고 자살하라는 얘기”라며 강력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센터장은 “미국은 세계 1등 국가가 되겠다는 ‘중국 제조 2025’를 단순한 산업 정책 슬로건이 아니라 패권국가를 목표로 한 국가 전략 목표로 판단하고 있다”며 “미·중 갈등과 충돌은 시간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전방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브리드 전쟁의 원조는 러시아 = 홍 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는 “구소련 몰락 후 탈냉전(Post-Cold War)시대를 지나 2010년 초부터 전개된 신냉전(Post Post-Cold War) 시대의 특징이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며 “하이브리드 전쟁은 러시아로부터 시작됐다”고 규정했다. 2013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하이브리드 전쟁을 “선전포고 없이 이뤄지는 정치·경제·정보·기타 비군사적 조치를 현지 주민의 항의 잠재력과 결합한 비대칭적 군사 행동”으로 정의했다. ‘러시아의 차르’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집권 후 에너지 수출과 친(親)서방 노선을 통해 국력 회복에 성공한 뒤 2006년 7월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위대한 러시아 재건’을 천명하며 하이브리드 전쟁의 신호탄을 쐈다는 분석이 많다.

홍 대표는 “낙후한 핵무기를 첨단화하고 유럽에 공급하던 천연가스를 무기화한 푸틴 대통령은 중동과 유럽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서방과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였다”고 진단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2013년 집권한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공조해 ‘유럽·중동은 러시아, 인도·태평양은 중국’이라는 암묵적 합의를 맺고 미국 패권에 정면 도전하면서 하이브리드 전쟁을 가속화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을 미사일방어(MD) 체계와 경제제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일본·호주·인도와의 안보협력, 한·미·일 안보 공조로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홍 대표는 “핵무기를 가진 러시아는 자신과 전면전을 벌일 나라는 지구 상에 없다는 자신감으로 시리아에서는 재래전, 우크라이나에서는 비정규전, 유럽 선거에서는 사이버전과 가짜뉴스를 통해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심리전의 일환 = 한국이 자주권 차원에서 배치한 사드에 대해 중국은 유례없는 보복 조치를 취했다. 이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게 한국을 옥죄기 위한 중국판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드 보복은 중국의 삼전전략(三戰戰略)의 일환이다. 삼전전략은 ‘심리전(心理戰)·여론전(輿論戰)·법률전(法律戰)’으로 구성된다. 특히 심리전은 상대 국가의 여론을 악화시키고 최고지도자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국가에 가혹한 경제보복 조치를 취해왔다. 2016년 5월 대만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출범한 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자 대만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수를 제한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이 사드 보복에 나선 것은 남중국해 구단선(九段線·중국이 주장하는 해상 경계선) 확보가 미국, 유럽과 한·미·일 공조에 의해 저지되자, 미국과 유럽에 제재 조치를 취할 수는 없으니 만만한 한국에 제재를 가하게 됐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달리 중국 군사력은 아직 미국과 맞상대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하이브리드 전쟁 수단으로 활용할 경제 역량은 러시아보다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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