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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공동 기고] '빅딜' 속 '스몰딜'

Jacob, Kim 2019. 6. 16. 00:57







2019년 6월 15일자





북 핵·미사일 포기와 경제 제재, 문서상 협상 '최종 상태' 동의 후
'영변+α' 해체와 일부 제재 해제 조건부로 시행하는 방안
정상회담 전 양측 실무진 구체적 사항 합의 선행돼야





[칼럼 전문]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말 서울에서 만난다. 핵심 의제는 '어떻게 북한과 외교적 관계를 진전시킬 것이냐'가 될 것이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실패 이후 상황은 악화일로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고, 올해 말까지 미국이 전향적 협상안을 내놓지 않으면 '다른 조치'를 강구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여전히 좋은 관계라고 트윗을 날리고 있다.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은 트럼프 재임 기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진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외교관들은 대화를 재개하자는 남한과 미국 요구에 전혀 응답하지 않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금 같은 고착 상태 기간에 대량살상무기(WMD) 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한다면 올가을 이전이 될 것이다. 그런 불행한 일이 생긴다면 전쟁 직전까지 갔던 2017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북한은 둘 다 하노이 회담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이 작동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김정은도 베트남 회담 전후로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하는 작업을 통해 '압박 전술'이 가장 잘 먹힌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런 교훈이 맞든 안 맞든 확실한 것은 둘 다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잘못된 것이다.

많은 미 상·하원 의원은 협상 재개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북한이 더 많은 미사일 탄두와 무기, 핵 물질을 생산할 것이고, 이는 미국 안보에 나쁜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 협상이 빨리 타결되면 북한에도 좋은 일이다. 우리는 리비아식 해법, 즉 북한이 일방적으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을 가장 좋은 외교적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규모를 감안할 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빅딜, 즉 모든 제재와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맞바꾸는 협상은 의미가 없다. 대신 '빅딜 속 스몰딜'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미·북 양측은 문서상으로 협상의 '최종 상태'에 대해 동의해야 한다. 북한은 모든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미국은 전면적으로 경제 제재를 푸는 것이다. 둘째, 이런 빅딜에 앞서 첫 단계로 북한은 영변과 또 다른 우라늄 농축 시설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해체하고, 그에 맞춰 미국은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것이다. 셋째, 이런 제재 해제는 '조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북한이 핵 시설 해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를 즉각 원상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다.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이려면 추가로 수많은 '구체적 사항'이 해결돼야 한다. 이는 양측 실무 협상자들이 미리 협상과 관련된 사항을 논의하고 내용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북 양측 지도자는 협상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만, 정상회담 두 번은 그들의 힘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협상안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북이 세 번째 정상회담을 연다면 이는 외교적 재앙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 사항이 합의된 다음에야 미·북은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외교적 노력은 가망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북한을 무릎 꿇리려 제재 일변도의 강경 정책을 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70년 동안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또 그런 날이 온다고 할지라도 그때까지 우린 북한이 새로운 무기 체계를 개발하고 핵·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할 것이다. 또 어쩌면 전쟁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실 외교라는 게 별로 구미가 당기지는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을 안정시키고 세계 동맹국들의 지지를 끌어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강성 매파가 볼 때도 이런 전략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변화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을 떠넘길 수 있고, 북한이 거부할 경우 더 강한 압박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리더십이란 관점에서 봤을 때도 중국이 풀어내지 못한 아시아의 핵심 이슈에서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점을 과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 [아미 베라 미 연방 하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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