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토, 동유럽으로 동진하다.
2019년 6월 19일자
[기사 전문]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의 군사동맹체였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1991년 구소련 해체 이후 대대적 동진에 나섰다. 동유럽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1999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가 합류했고 2004년에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그리고 발틱 3국이 추가 가입했다. 바야흐로 미국 일극(一極)의 시대였고 러시아는 막을 힘이 없었다.
그러나 2008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가입을 추진하기로 했을 때 러시아의 대응은 완전히 달랐다. 조지아 정부군과 남오세티야 분리주의자 간 분쟁을 계기로 러시아는 조지아에 군대를 보내 친서방 정권을 축출했다. 2014년 시작된 우크라이나 내전 땐 친러 반군을 지원하는 한편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은 저지됐다.
러시아가 앞서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과 달리 두 나라의 나토 합류에 결사 저항한 것은 두 나라가 러시아와 긴 국경선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발틱 3국 중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도 국경은 닿아 있지만 매우 짧다. 우크라이나는 유럽대평원을 통해 프랑스까지 이어진다. 조지아는 나토 회원국이자 지역 맹주인 터키와 연결돼 있다. 우크라이나 등이 서방 진영으로 넘어간다는 것은 러시아를 덮고 있는 '긴 입술'이 사라진다는 것이고 러시아는 이가 시릴 수밖에 없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마오쩌둥은 60만 대군을 한반도에 파병했다. 미군이 압록강을 넘기 전에 저지하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했다. 중국 본토가 전장이 되는 순간 갓 출범한 공산 정권이 위험해진다고 봤다. 그때 마오가 쓴 표현이 순망치한이다.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북한과 중국은 여전히 순망치한 관계다. 한·미·일 동맹에서 중국을 방어하는 1차 저지선, 즉 입술이 북한인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갑자기 북한 방문을 결정한 배경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미·중 갈등을 꼽고 있다. 지금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잇몸이 헐고 치아가 흔들릴 지경이다. 이런 때 입술마저 허물어지면 설상가상이 된다. 그런 중국에 대고 북한의 핵 포기를 설득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공허한 얘기다. 시진핑의 방북은 입술을 더 두껍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노원명 논설위원]
원문보기: https://www.mk.co.kr/opinion/columnists/view/2019/06/43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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