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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포럼] 일본은 한국의 대북정책을 묻고 있다

Jacob, Kim 2019. 8. 16. 23:11









2019년 8월 8일자





[칼럼 전문]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을 벌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수출규제를 넘어 백색국가 목록 제외로 확대됐다. 모양이 이상하다. 마치 '미일 대 한중'의 대결 같다. 한국은 일본의 조치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며 전쟁불사와 필승을 다짐하지만, 일본의 공식 입장은 어디까지나 국가안보상의 이유이다. 한국에 수출하면 북한과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태도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2016년 사드 사태 때 중국에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 등 3불을 약속하고, 2017년 11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 면전에서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라고 했다. 북핵 폐기를 위한 최대 압박이 진행되는 중에도 한국 정부는 수시로 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으로 지적되는 사례들도 나타났다. 한국 정부로서는 이유 있는 입장 표명과 태도였다고 말하지만, 일본은 이를 한국에 대한 불신과 의심의 근거로 제기한다. 물론 우리는 우리대로 일본의 의심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의심의 타당성을 따지기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일본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난한 것보다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살 수 없다. 그래서 국가안보는 늘 경제발전에 우선한다. 결국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지 않는 한 이번 갈등은 파국으로 이어질 뿐이다.

첫째, 일본과의 갈등은 경제전쟁이 아니라 외교와 직접대화로 풀어야 한다. 아니면 한일 청구권협정 제3조가 규정한 대로 중재위원회로 가자. 우리는 일본인의 혼네(속)와 다테마에(겉)가 다르다며 일본의 태도를 의심하고 그 본심을 다르게 해석한다. 그러나 속마음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관계에서 문서와 공식 언명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일본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삼았기에 우리의 대응도 그러해야만 한다. 대통령이 "다시는 지지 않겠다"며 전의를 불태울 것이 아니라, 북한이야말로 한일 양국의 공동 위협이라 말하고, 북핵 폐기를 위해 함께 하자고 강조해야 한다. 한일관계 악화야말로 북핵 해결을 어렵게 함으로써 일본의 국가안보를 오히려 위협한다고 지적해야 한다.

둘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는 해법이 될 수 없다. 일본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파기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2016년 체결된 한일 지소미아는 북핵 공조를 위한 것이었다. 현재 일본은 한국을 의심하고 있어 2016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본의 안보에 유리하고, 나아가 '미일동맹의 배타성'을 강화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일 지소미아 파기는 반드시 북핵 공조와 한미동맹의 위기로 발전한다. 그래서 북핵 폐기에 실패한다면,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는 그 책임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셋째, 세계무역기구(WTO)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는 불가하다. 시간적으로 너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대북 전략물자 유출을 쟁점으로 일본과 이전투구 싸움을 벌이는 꼴사나운 모습을 전 세계에 보일 수는 없다. 더구나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수출규제는 개별 국가의 주권사항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 4월 WTO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역규제와 관련하여 무엇이 국가안보상 문제인지의 판단은 국가 주권사항이라고 결론짓고 러시아 손을 들어 주었다.

일본은 우리에게 북한이냐 일본이냐, 나아가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묻고 있다. 한미동맹을 중시하고 북핵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믿는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는 일본이 공연한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일본이 나름의 이유로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답해야만 한다. 어쩌면 미국도 그 답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강원식 외교안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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