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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프간 테러 240여명 死傷사상… 美, 18년전쟁서 발뺄수 있나

Jacob, Kim 2019. 8. 26. 13:52







2019년 8월 19일자





[기사 전문]





美 철군 논의 다음날 테러 터져





미국은 역사상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18년 수렁에서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군 철수를 논의한 다음 날인 17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선 자폭 테러가 일어나 최소 63명이 숨지고 182명이 다쳤다. 미국이 발을 빼려는 상황에서 대규모 테러가 계속되면서 아프간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아프간 전쟁은 2001년 9·11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와 이를 비호한 당시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극단주의 탈레반 정권을 섬멸하기 위해 미국·영국 등 다국적군이 그해 10월 시작한 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휴가를 보내고 있는 뉴저지주(州) 베드민스터 골프리조트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을 만나 아프간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주재 미국 특사는 탈레반과의 협상 과정을 설명했고, 참석자들은 미군의 단계적 철수 개시 계획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 후 트위터에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아주 좋은 회의가 막 끝났다"며 "전쟁에서 반대편에 섰던 많은 사람과 우리는 가능하면 거래를 하려 한다"고 썼다.

아프간 철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미국과 영국군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은 2001년 11월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2002년 6월에는 과도정부를 수립했지만 탈레반 반군이 아프간 전역에서 항전하면서 전쟁은 수렁에 빠졌다. 지난 18년 동안 목숨을 잃은 아프간인은 수만 명에 이르고, 미군 등 다국적군 사망자 수도 3500명을 웃돈다.





트럼프 정부는 종전 여론을 등에 업고 지난해부터 탈레반과 협상에 나섰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지난 12일 끝난 미국과 탈레반 간 8차 휴전 협상에서는 양측이 평화협정 체결에 근접했으며, 몇 주 안에 결과가 발표될 수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미국 언론들은 탈레반이 앞으로 알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과 관계를 끊는 대신, 현재 주둔하고 있는 미군 1만4000명 중 약 5000명이 1차로 철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군과 독일, 이탈리아군 등 다국적군은 18개월 안에 떠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을 내년 11월 대선 전에 성사시켜 자신의 대표적 업적으로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평화협상 와중에도 대규모 테러는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회의'를 했다고 자랑한 다음 날 카불의 한 결혼식장에선 폭탄 조끼를 입은 테러리스트가 폭탄을 터트려 최소 6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결혼식에는 1000명 이상이 초청됐고 사상자 중에는 여성과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이번 테러와의 관련성을 부인했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테러 배후를 자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테러를 전하면서 "탈레반의 공격으로 지난 7일 차량 폭탄 테러로 45명이 죽고 145명이 다쳤으며, 지난달 29일에는 탈레반이 한 정당 사무실을 공격해 20명이 죽고 50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내년 선거를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철군 계획이 오히려 중동 지역의 테러를 부채질하고 미국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 반군, 군벌 등이 복잡하게 얽힌 현 아프간 상황에서 미군 철수는 혼란을 더 커지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프간 전쟁에 참가했던 데이비드 페트로스 전 미군 중부사령관은 지난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아프간에서 완전 철군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라크 철군보다 훨씬 더 경솔하고 위험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군을 완전 철수하면 아프간의 전면적 내전이 일어나고 9·11 테러를 기획했던 것과 같은 테러리스트들의 성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고 이를 명분으로 이라크에서 철군했지만, 그 틈을 타 이슬람국가(IS)라는 신종 테러 세력이 중동을 장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탈레반의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순진하며, 미군 철수 후에 탈레반이 아프간을 다시 정복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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