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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기고] 北 SLBM 발사로 뭘 얻을 수 있나

Jacob, Kim 2019. 10. 10. 19:07







2019년 10월 4일자





[칼럼 전문]





강사 :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북한이 10월 2일 오전 7시 11분 강원도 원산 인근 해상에서 동쪽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고각으로 쏘아 올렸다. 최대 비행고도 910㎞, 비행거리 450㎞로 나타났다. 정상 각도로 발사한다면 사거리는 2000㎞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북한의 SLBM 발사는 2016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미 발사한 북극성 계열의 개량형으로 보이는데 북한도 북극성 3형을 발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북 실무협상 일정 발표 직후 발사라는 점에서 분명 노림수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북한의 속셈이 통할 수 있을까?

우선, 북한의 의도를 추정해 본다면, 첫째, 미국을 향한 압박이다.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줄곧 미국을 향해 새로운 계산(접근)법을 가지고 나오라고 요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보겠지만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전망은 어둡고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각종 담화를 통해 유사한 입장을 반복해 강조해왔다. 이번 실무협상 일정이 잡힌 시점을 이용해 충격요법으로 미국을 강력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번 협상이 마지막일 수 있으니, 미국이 끝내 자기들 요구를 외면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벼랑 끝 전술이다.

둘째, 한국에 대한 경고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강한 국방을 강조했고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에이태킴스(ATACMS) 등 육·해·공 최신 무기들을 사열했다. 최신예 스텔스전투기 F-35A도 공개했다. 북한은 스텔스전투기 도입을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10월 2일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현 남북관계 경색 국면의 책임이 남측 당국에 있다고 공식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자신에게도 강력한 보복 수단이 있음을 과시하면서 남측에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셋째, 북한의 군사 역량 강화 목적이다. 작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핵·미사일 역량을 계속 강화할 것임을 천명했다. 비핵화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북한은 핵물질 추출과 미사일 엔진 고체화 및 정확도 제고 등 노력을 한시도 중단하지 않았다. 지난 5월부터 10차례 신형 무기 4종 세트를 발사한 것도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북한에 도발을 중지하고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위협이 되지 않는다. 어느 나라나 다 하는 것이다"면서 김정은을 감싸고 두둔했다. 하지만 SLBM 발사에 대해서도 유사한 면죄부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단거리 미사일은 미국에 직접 위협이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SLBM의 경우 목표 지점 최대한 가까이 은밀하게 접근해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도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기도 하다. 미·북 실무협상이 열린다 해도 미국이 압박에 굴복해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SLBM 발사에 제재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북한의 위협이 높아진다면 우리도 군사력 현대화를 중단할 수 없다. 결국 북한 정권은 무모한 노림수로 얻을 것이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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