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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연말 시한' 강조한 김정은, '미사일 3종세트' 쏘아올린 속내

Jacob, Kim 2019. 11. 11. 06:17








2019년 11월 1일자





[기사 전문]





김정은, 지난 4월 "연말까지 기다려 보겠다" 연설
직후 북한판 이스칸데르ㆍ에이태큼스ㆍ방사포 발사
연말 앞두고 31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 성공 선언
대내 결속과 탄핵 분위기 몰린 트럼프 압박용?





북한이 31일 평안남도 순천에서 쏜 발사체를 초대형 방사포라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북한)국방과학원이 31일 오후 초대형 방사포의 연속 사격 체계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험사격을 했다”며 “연속사격 체계의 안전성 검열을 통해 유일무이한 우리(북한)식 초대형 방사포 무기체계의 전투적 성능과 실전 능력 완벽성이 확증됐다”고 주장했다.  


방사포는 이동식 발사대에 여러 개의 발사관을 설치해 단시간 내에 다량의 로켓을 쏘는 다연장 로켓(MLRS)무기로, 이날 북한이 공개한 사진의 발사대에는 발사관 4개가 장착돼 있다. 북한은 240㎜ 방사포를 운영하다 2010년대 초반 단거리 미사일 급인 300㎜ 방사포(사거리 200㎞)를 개발했고, 최근 구경을 확대하고 사거리를 400㎞까지 늘렸다. 신문은 또 “기습적인 타격으로 적의 집단 목표나 지정된 목표구역을 초강력으로 초토화할 수 있게 됐다”며 “시험사격을 통해 연속 사격 체계의 완벽성까지 검증됐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올해 쏘아올린 발사체.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날 북한의 로켓 발사는 지난 5월 4일 이후 올해 들어 12번째로, 초대형 방사포로는 8월 24일과 9월 10일에 이어 세 번째 발사다. 31일 북한이 발사한 방사포는 370㎞를 비행한 것으로 한ㆍ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 시점인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에 이뤄져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북한은 김 위원장의 연설 22일 뒤인 5월 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을시험 발사한 뒤 북한판 에이태큼스(신형 전술지대지 미사일),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등 ‘신형 미사일 3종 세트’를 연이어 쐈다.

여기에 북한이 이날 초대형 방사포 발사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신형 미사일 완성을 선언했다. 노동신문은 “초대형 방사포는 최근 새로 개발된 전술유도 무기들과 함께 적의 위협적인 모든 움직임을 억제하고 제거하기 위한 조선인민군의 핵심무기로 될 것”이라고 했다. 연말까지 시한을 정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면서도, 신형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 실전 배치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최근 북한이 시험 발사한‘신형 미사일 3종 세트’. 그래픽=신재민 기자





북한이 미국에 협상 시한을 정한 뒤 신형 무기를 공개하고 나선 건 핵무기 개발(2017년 12월 완성 선언)과 함께 재래식 무기를 통해 주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 ‘이런 성과를 냈다’고 선전하며 자력갱생을 강조하려는 내부용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연말 시한’을 정하면서 움직임에 나섰고, 비공개로 무기 개발에 나섰던 북한이 공개로 방향을 바꿨다는 점에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 많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이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과 김영철 당 부위원장의 담화를 내는 등 입체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조사 절차를 시작을 결정하는 하원의 결정 직전, 그리고 11월 중순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앞두고 발사한 건 대미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을 치적으로 삼고 있는데,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치 않으면 위협 수위를 임계점까지 높일 수 있다는 암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원문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62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