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 1945/21세기 미중러일 전쟁

[문화일보] <글로벌 포커스>美의 빈틈 노리던 푸틴도… 중남미·중동·아프리카 종횡무진

Jacob, Kim 2019. 11. 29. 00:47







2019년 11월 20일자





[기사 전문]





美 제재 받는 쿠바·베네수엘라

군사적 협력 강화 등 공들이기

시리아·리비아 내전에도 개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신고립주의 움직임에 내심 쾌재를 부르는 국가는 중국뿐만이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옛 소련 제국의 부활을 꿈꾸듯 미국이 발을 뺀 세계 곳곳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중남미와 중동, 아프리카 등 모두 푸틴의 눈길이 미치는 곳이다.

최근 러시아 총리와 부총리는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쿠바와 베네수엘라를 잇따라 방문해 세력 굳히기에 나섰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지난달 3일부터 쿠바를 찾아 미겔 디아스카넬 당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라울 카스트로 공산당 총서기 등을 만났다. 메드베데프 총리가 아바나에서 한 연설의 핵심도 “러시아 입장에서 이들 지역은 미국의 뒷마당이 아니다. 러시아에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은 국제 협력을 위한 핵심 지역”이라는 메시지였다. 이에 화답하듯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선출 후 첫 유럽 방문으로 10월 말 모스크바를 찾아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곧이어 5일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부총리가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만나 마두로 정권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를 강조, 군사 협력 관련 협약을 연장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퇴진을 압박하고 있는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기 위해 자문관을 파견하고 차관을 제공한 바 있다. 최근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이 물러나는 등 사상 최악의 혼란 사태를 겪고 있는 볼리비아에서도 러시아는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에서 미국이 구축해놓은 헤게모니도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 이어 리비아 내전에도 개입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먼저 시리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결정하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행보를 강화하는 양상과 반대로 러시아는 전면에 나서 터키와 쿠르드 간 갈등을 중재해 존재감을 높였다.

리비아 내전에서는 러시아가 수백 명의 용병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오랜 기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란뿐 아니라 미국 맹방으로 분류되는 사우디아라비아에까지 손을 내밀었다. 푸틴 대통령이 12년 만에 직접 사우디를 방문했다.

그런가 하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러시아 군부대와 기지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도 나왔다.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는 아프리카에 처음으로 정식 군사기지를 얻게 돼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10월에는 러시아가 처음으로 흑해 연안의 남부 도시 소치에서 제1회 ‘러·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43개국 지도자들과 11개국 정부 대표단이 모인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아프리카 간 교역 규모를 4∼5년 내에 2배 이상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급속히 약화된 러시아의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러시아식 굴기 차원으로 풀이된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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