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일자
[기사 전문]
中, 10월1일 건국70주년 열병식서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DF)-17 공개
마하10 DF-17, 요격 불가능해 美 MD시스템·항공모함 무력화 가능성
러도 회피 기동 가능한 아방가르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중
美육군도 2021년까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중국이 지난달 1일 베이징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열었다. 신(新)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이날 열병식에서는 최신 무기들이 대거 공개됐다. 그 중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DF)-17'이 군사 전문가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DF-17은 다른 나라에서 실전 배치 소식이 알려진 적이 없는, 이번 열병식에서 가장 두드러진 무기체계였다. 극초음속은 보통 대기권 내에서 소리의 5배, 마하5(시속 6120㎞) 이상을 말한다. 베이징에서 미국 뉴욕까지 1만1000㎞를 2시간 안에 날아갈 수 있는 속도다. DF-17은 마하10으로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들은 DF-17을 한국과 일본의 주한·주일미군 타격용이라고 보도했다. 그뿐 아니라 중국과 군사동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도 극초음속 미사일 전력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고 표적을 빠르고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방어할 수 있는 현존 시스템은 없는 상태다. 앞으로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를 무력화할 수 있고 항공모함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해상패권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러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움직임에 놀란 미국도 서둘러 개발에 들어갔다. 중·러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항해 미국이 지상 발사형 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완료하면 이 미사일이 한국에 배치될 가능성도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세계 3강국들의 극초음속 미사일 경쟁이 한반도 주변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중·러,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실천배치 가능성도
중국이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DF-17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 추진체에 HGV를 결합한 모습으로 앞부분이 약간 들린 채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있었다. 중국은 지난 2017년 11월 DF-17 첫 발사 시험을 했다. 당시 DF-17은 간쑤(甘肅)성 주취안(酒泉) 위성발사 센터에서 발사돼 1400㎞를 날아가 신장(新疆) 지역 목표물을 수 미터 오차로 타격했다. 미사일 활공 고도는 60㎞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DF-17에는 마하10 안팎의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Hypersonic Glide Vehicle)가 탑재됐다. 이 활공비행체는 고도 100㎞ 정도에서 분리된 후 성층권 내에서 비행한다. 적(敵) 레이더에 탐지되더라도 방향을 바꿀 수 있고 예측 가능한 궤적을 그리지 않아 요격이 매우 어렵다는게 가장 큰 강점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들은 실전 배치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만큼 DF-17도 실전 배치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들은 "DF-17이 중국의 영토 수호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에 적대적인 미사일방어 시스템인 한국의 사드(THAAD)와 일본의 SM-3 요격미사일, 패트리엇 미사일이 실제 전투 상황에서 DF-17을 요격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DF-17의 타깃이 한국과 일본, 그리고 그 배후의 미국임을 지목한 셈이다.
이는 지난 8월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을 언급하면서 한국, 일본, 호주가 후보지라고 밝힌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중국은 "중국 문 앞에 미사일을 배치하면 좌시하지 않고 반격할 것"이라고 했었다.
러시아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적극적이다. 중국의 DF-17도 러시아 군사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작년 3월 국정연설에서 '아방가르드' 미사일을 소개하며 "현 단계에서 절대 우위의 무기"라고 했다. 최대 속도는 중국의 DF-17보다 2배나 빠른 마하 20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시험발사 당시 아방가르드는 수직 또는 수평으로 회피 기동을 하며 6000㎞를 날아가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초음속 발사체 대다수는 극초음속 상태에서 통상적인 비행만 가능한 상태인데, 러시아 주장대로라면 아방가르드 활공체는 일반적인 비행뿐 아니라 회피 기동까지 가능한 유일한 극초음속 발사체인 셈이다. 타스통신은 "2019년 안에 러시아군은 아방가르드를 투입하고 전략미사일 부대 1개 연대를 배치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아방가르드 외에도 TU-160 폭격기 등에 탑재되는 킨잘(Kh-47M2) 순항미사일, 지르콘(Zircon) 순항미사일 등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韓 사드, 日 SM-3 무력화⋯급해진 美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박차
중국과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면 미국의 기존 탄도미사일 방어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 의회조사국은 지난 1월 발간된 보고서에서 중·러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괌, 오키나와 미군기지 등을 순식간에 초토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오키나와 기지는 유엔사 후방기지고, 괌은 미국의 핵우산 전력이 배치돼 있는 곳이다. 미 항모나 괌, 오키나와 기지가 중·러의 극초음속 미사일로 무력화될 경우 한반도 유사시 증원군이나 전략폭격기가 한반도를 향해 출발조차 못할 수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요시토미 노조무 일본 니혼대학 교수는 "DF-17이 미국과 일본이 구축 중인 방공 시스템의 효과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며 "더 정교한 방공망을 만들지 못하면 미·일 양국이 대처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극초음속 무기를 연구해오고 있었지만 여러차례 실패를 겪었다. 그러다가 중국과 러시아의 개발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최근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극초음속 무기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장거리 극초음속무기 개발비 26억달러(약 3조300억원)를 의회에 요구했다. 미 공군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위해 록히드마틴과 올 한해에만 14억달러(1조7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지난 6월에는 B-52 폭격기에서 극초음속 무기인 AGM-183A(ARRW)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미국 육군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2021년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지상발사형 극초음속 미사일이 개발되면 한국에 배치될 가능성도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된다. 미국은 최근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탈퇴하면서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검토한다고 했다. 이는 중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한국과 일본에 중거리 미사일을 반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이와 동시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대공레이더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차세대 무기로 꼽히는 레일건이나 레이저 무기에 극초음속 무기 대응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연구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극초음속 마찰열 견디기 위한 신소재 개발도 한창
소리의 속도를 음속이라 하고 마하 1(시속 1224㎞)을 기본 단위로 한다. 음속을 기준으로 이보다 약간 느리면 아(亞)음속, 이보다 아주 빠르면 초(超)음속이라고 한다. 보통 극초음속은 대기권 내에서 소리의 5배, 마하5(시속 6120㎞) 이상을 말한다. 극초음속 무기들은 소리보다 5배 빨리 나는 셈이다.
극초음속 무기는 두 종류다. 우선 중국의 DF-17 같은 극초음속 활공체를 활용한 방식이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탄도미사일에 탑재돼 일정 고도까지 올라간 다음 추진체와 분리돼 활공비행을 하다가 목표물 상공에서 고속 낙하한다. 일종의 무동력 비행체인 셈이다. 또 다른 방식은 스크램제트 엔진(Scramjet engine) 같은 자체 추진체의 도움으로 극초음속 비행을 하는 것이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공기를 초음속으로 빨아들여 압축해 고출력을 내는 최첨단 엔진이다. 미 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발 중인 스크램제트 엔진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13까지도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극초음속을 견디기 위한 동체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10년쯤 미국이 처음 만든 X-51A 웨이브 라이더는 외피가 찢어지고 통제 장치에 고장이 나면서 여러차례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마하 5이상으로 비행할 경우 공기 마찰로 인한 열이 2000~3000℃까지도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견딜 수 있는 탄소섬유 소재를 개발하는 게 관건이다. 지난해 미 국방부는 초고속으로 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마찰열을 차단하는 내열물질 개발 예산으로 399억원을 반영했다. 러시아의 경우 초음속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탄소섬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매우 적은 수량의 초음속 무기만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미 정보당국이 밝혔다.
마찰열을 견디기 위한 신소재 개발도 한창이다. 지난 4월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후난대 연구팀이 세라믹과 내화 금속을 합성한 신소재를 개발했다"며 "세라믹은 자갈, 내화 금속은 콘크리트에 비유할 수 있다. 고온에서 세라믹이 내화 금속을 고정시키는 알갱이 역할을 해 소재의 강도가 약해지거나 변형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변지희 기자 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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