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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동맹 균열과 핵무장 딜레마

Jacob, Kim 2019. 12. 4. 23:53








2019년 11월 20일자





[칼럼 전문]





한국 일각의 독자적 핵개발론

안보 불안·경제 파장 커질 우려

동맹의 억지력 제공 신뢰해야





한·미 동맹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은 북한 및 한·미 군사동맹을 다루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식이 한·미 관계의 근본적인 파탄 요인이 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흔들기에 대한 우려 이면엔 이 때문에 한국의 지도자가 수년 내 한·미 동맹을 파기하고 독자적인 핵 개발을 결심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깔려 있다.

최근 들어 한국의 안보 우려는 이해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기 이전에도 한국인들은 과연 미국이 북한과의 핵 충돌을 무릅쓰고 한국 방어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을 제기해왔다. 이 같은 우려는 아시아와 유럽에서 지난 수십 년간 제기됐던 문제이기도 하다.

필자는 한국의 친구들과 수년에 걸쳐 이 같은 논쟁을 했는데, 그때마다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동맹인 한국을 지원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혀 왔다. 그것은 동맹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미국을 위한 것이라는 말도 늘 덧붙였다. 미국에서 한국계 미국인들은 점점 늘어나고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또한, 한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는 물론 양국이 공유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가치에 비춰볼 때,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한국이 공격받는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더구나 미국이 한국을 방기한다는 것은 미국이 맺은 모든 동맹을 버린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오늘날 미국이 강한 안보를 견지할 수 있는 것은 글로벌 동맹 시스템을 고안하고 발전시켜 온 덕분이다. 만약 미국이 천명한 원칙을 지키지 못해 이 시스템이 붕괴한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신념을 저버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운명은 물론 유일 슈퍼 파워로서 미국의 지위도 잃게 된다. 미국의 영향력과 경제·군사적 지위 또한 급속하게 축소될 것이다.


한국의 독자 핵 개발론은 전문가 및 정치인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방어 약속을 전적으로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될 때를 대비해 한국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핵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그 같은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또 그런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도 존중한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한국의 독자 핵무기 개발이 한국을 더 위태롭게 하고, 나아가 위기에 빠지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첫째, 한국의 핵무기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상황을 바꾸지 못한다. 북한의 핵무기 추구 노력과 상관없이 한국이 핵 보유의 길로 나간다면 북한도 핵 개발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핵 억지력은 이미 미국이 한국에 재래 및 핵 분야 확장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어 작동 중이다. 그런데도 한국이 자체 개발 핵무기를 더 얹는 상황을 만든다면 더 풀기 어려운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

둘째, 한국은 이제 글로벌 세계에서 경제력과 정치력을 확보한 나라다. 글로벌 경제에서 K-팝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글로벌 영향력은 전 분야에서 작동 중인데, 핵무기까지 갖겠다는 발상은 곤란하다.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선 핵심적인 글로벌 조약 탈퇴는 물론 미국·유럽과의 관계 악화도 감수해야 한다. 수십 년간 한국이 쌓아온 글로벌 이미지도 실추될 수밖에 없다. 핵 억지력에 대한 분명한 국가 안보적 필요성이 있다면, 리스크를 감내할 수도 있겠지만 한·미 동맹이 유지되는 한 한국이 그런 필요성을 느낄 만한 분명한 동력은 없다고 본다.

셋째, 한국은 원자력발전소 건설 및 수출의 길을 잃게 될 것이다.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미국과의 협력 및 핵 비확산 관련 글로벌 협약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 원자로에 대한 수요를 이유로 한국이 국제적 룰의 예외 적용을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인도의 경우 그 같은 예외를 15년간 추구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만 그런 예외적 지위를 쉽게 얻지는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핵무장을 결정한다면 한·미 동맹은 끝날 수 있다. 미국 일각에서는 외국 일에 관여하는 대신 미국 내부 문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된다. 그런데 한국이 핵 개발을 할 경우, 미국이 왜 핵무기를 만드는 나라까지 방어해줘야 하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만약 동맹이 종료된다면 한국의 핵무장은 더 어려운 논쟁 의제가 될 것이다.

물론 동맹은 과거 여러 차례 시련을 겪었다. 이번에도 한·미 양국의 지도자와 일반 국민이 동맹 필요성에 대해 확신한다면 갈등에도 불구하고 동맹은 살아남을 것이다. 한국이 핵무기를 가져야 하고 가질 수 있다고 선언하는 것은 국가적 자존심과 독립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보수적인 미국인들의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핵무장 선언도 국수주의적 정서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몰고 올 파장과 함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이후 영·미의 상황과 유사할 것이다. 그 같은 선동은 문제를 풀기보다는 더 복잡하게 할 뿐이다.






존 울프스털 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12001033711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