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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아랍의 봄 발발 9년…민생고에 시민 저항은 계속

Jacob, Kim 2019. 12. 18. 18:37







2019년 12월 17일자





[기사 전문]





튀니지는 경제문제 여전하고 이집트는 군부정권 회귀

올해 레바논·이라크서 반정부 시위 장기화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지 9년이 흘렀다.

아랍의 봄은 2010년 12월 17일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한 20대 노점상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분신해 숨진 사건에서 시작됐다.

이후 튀니지의 반정부 시위가 불이 붙으면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의 장기집권이 끝났고 시위는 외국으로 퍼져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에서도 독재정권이 잇따라 무너졌다.

아랍의 봄은 일반적으로 정치적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아랍권 국민의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커다란 정치·경제적 혼란을 초래했고 아직 그 상처가 남아있다.


튀니지





아랍의 봄 발원지인 튀니지는 아랍 국가 중 드물게 정치적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꼽힌다.

작년 5월 아랍의 봄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가 실시됐고 올해 10월에는 민주적 선거를 통해 법학 교수 출신 카이스 사이에드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정치 신인 사이에드 대통령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실망한 젊은 층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

튀니지의 정치 발전은 돋보이지만 국민의 불만은 여전하다.

튀니지에서는 지난달 말 생활고를 비관한 임시직 노동자 압델와헤브 하블라니(25)가 정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가 숨진 뒤 빈곤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가 며칠간 이어졌다.

물가 급등, 높은 실업률에 고통받는 국민의 저항으로 풀이된다.

튀니지에서는 시민혁명 이후 시위와 테러로 인한 관광산업 악화 등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했다.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예멘





중동의 이슬람 수니파 국가 이집트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이 축출됐지만 2014년 국방부 장관 출신 압델 파타 엘시시 현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정치적 민주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집트에서는 올해 4월 연임 제한을 완화한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서 엘시시 대통령의 장기집권 토대가 마련됐다.

지난 9월 엘시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례적으로 발생했다.

엘시시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물가 상승 등 경제 문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누적된 결과이지만 당국의 원천봉쇄로 시위는 지속하지 못했다.


리비아의 경우 2011년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단체들이 권력을 놓고 충돌하면서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됐다.

올해 4월에는 리비아의 동부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최고사령관이 자신을 따르는 부대들에 수도 트리폴리 진격을 명령한 뒤 서부를 통치하는 리비아통합정부와 리비아국민군의 내전이 격화됐다.


시리아와 예멘에서도 내전의 악몽이 끝나지 않았다.

아랍의 봄 당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 운동이 벌어졌던 시리아에서는 터키,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개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로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예멘에서는 5년 가까이 지속한 내전으로 국민 대다수가 인도주의적 위기에 내몰렸다.



레바논, 이라크





이런 가운데 올해 아랍권에서는 민생고 시위가 다시 거세졌다.

아랍의 봄 당시 혼란을 겪은 튀니지,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있었으며 최근 레바논과 이라크의 시위가 주목된다.


지중해 연안 국가 레바논에서는 지난 10월 17일부터 메신저 프로그램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동안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 국민은 막대한 국가부채와 실업률 등 경제난, 기득권 정치인들의 무능과 부패에 염증을 느끼고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뭉쳤으며 그동안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또 이라크에서는 지난 10월 1일부터 경제난과 민생고,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지난 두달 반 동안 반정부 시위에서 군경의 발포로 약 450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 참사가 벌어졌다.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가 이달 1일 사퇴했지만,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아랍국가들의 정치 쇄신과 경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민중 봉기가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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