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기사, 사실은/기사글·팩트·해외칼럼

[매경이코노미] [US REPORT] ‘다시 ‘북한 최대 압박’ 얘기하는 美…북한 ‘벼랑 끝 전술’에 ‘당근 대신 채찍’ 드나

Jacob, Kim 2019. 12. 18. 19:36







2019년 12월 16일자





[칼럼 전문]





한동안 북한 존재를 잊은 듯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반도를 향해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북한이 연말 시한을 제시하며 ‘벼랑 끝 전술’을 쓴 뒤에 나온 수동적 반응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북한은 최근 동창리 미사일 기지를 재가동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미북 협상으로 끌어냈던 바로 그 위협 수단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북한이 ICBM을 쏘아 올려 곧바로 미국이 그어놓은 ‘레드라인’을 넘기보다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등으로 위협 수위를 점차 높여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는 하다. 하지만 미북 간 대화 국면이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는 데 이견은 없다.

잠시 지난 2년을 복기해보자.

북한이 마지막으로 ICBM을 쏘아 올린 것은 지난 2017년 11월 29일 새벽 3시였다. 당시 북한은 화성-15형 시험을 한 뒤 “오늘로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실현됐다”고 주장했다. 화성-15형은 사거리 8000마일(1만2875㎞)로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으로 한다.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미사일을 쏘면 태평양 건너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를 타격할 수 있다. 미국인들 불안감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접고 협상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북한과 4개항의 합의문을 도출했다.

당시 ‘이면 계약’의 핵심은 북한이 핵과 ICBM 실험을 동결한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대가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북한에 안겨줬다. 올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빠르게 식어갔다. 복잡하고 힘든 계약은 뒤로 미루려는 비즈니스맨의 속성이었다. 자신이 한반도 전쟁을 막고 평화를 가져왔다며 큰소리를 쳤다.



▶美 전문가 “北이 오히려 최대 압박 작전”




북한은 5월 4일부터 11월 28일까지 7개월간 13번이나 단거리 미사일 시험을 했다. 미국의 대응 수위를 테스트하며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거리는 괜찮다”며 면죄부를 줬고 북한은 대놓고 단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했다. 그사이 대북제재는 느슨하지도 빡빡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수준으로 이어졌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소추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핵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면 제재 완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해 “적대 행위를 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짐짓 레짐 붕괴 가능성까지 암시했지만, 뒤로는 유엔이 대북 인권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을 막아섰다. 북한을 더는 자극하지 않으면서 현상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인터뷰에서 “북한이 오히려 ‘최대 압박’ 작전을 펴고 있는 꼴”이라며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방기한 미국의 전략적 실수를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로 한 번도 이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강력 대응을 하려면 원치 않더라도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며 “김정은에게 핵 프로그램은 정권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는 걸 확신시켜야 비핵화의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에번스 전 부차관보는 경제제재, 정치·외교적 압력, 새로운 대규모 군사훈련, 병력 추가 배치, 북한 정권 약화를 위한 작업 등을 총동원해 북한에 압도적인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최대 압박’ 2단계를 실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핵을 보유하는 상황이 포기하는 상황보다 위험해야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것”이라며 제재 확대와 한미군사훈련 재개를 주장했다. 이처럼 워싱턴 조야에는 “이제 미국이 당근을 내려놓고 채찍을 들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썩은 당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honzul@mk.co.kr]







원문보기: 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19&no=1051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