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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포럼>D-4 ‘北노동자 추방’ 준수돼야 한다

Jacob, Kim 2020. 1. 8. 00:23







2019년 12월 18일자





[칼럼 전문]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미·북 간의 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이런 상황을 동아시아에 있어 미국의 영향력 약화 기회로 활용하려는 중·러의 속셈이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그들의 최근 결의안 초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국·영국·프랑스의 공조로 유엔 안보리 통과는 어렵겠지만, 대북 제재로부터 이탈하려는 두 나라의 태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시급한 현안은, 유엔 안보리 결의 제2397호에 명시된, 북한의 달러벌이 수단인 북한 해외 노동자의 전면 추방 결의 시한(오는 22일) 폐지다. 이와 함께 북한산 해산물·섬유 수출 금지 해제도 중요한 사항이며, 남북한 철도·도로 협력 사업의 제재 대상 면제도 관심 사항이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한반도 주변 정세를 긴박하게 돌아가게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북한이 견디기 힘든 상황에 있음을 말해준다. 중·러의 대북 제재 완화 요구는 북한의 막혀 있던 돈줄을 풀어줌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지금 대북 제재를 허물어선 안 된다.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도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러가 이 틈에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면서 또 한 번 한·미 동맹을 흔들어 놓으려 하는 데 있다.

이 즈음에서 우리의 우방은 어느 나라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우방(友邦)이란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다. 6·25전쟁 이후 1980년대까지 냉전기에 대한민국은 미국을 최고의 우방으로 삼고 있다. 그 핵심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정치적·경제적 가치의 공유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탈냉전·세계화 시대의 도래는 우방의 조건으로, 이익의 공유를 더 크게 생각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특히, 21세기 중국의 급부상과 한·중 간 이익 공유의 확대는 가치 공유의 중요성을 등한시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이익의 공유는 가변적이나, 가치의 공유는 오래 간다.

2020년을 앞둔 이 시점에 우방의 조건을 다시 생각한다면 이는 가치의 공유에 기초한 이익 공유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과 일본의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제국들일 뿐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반제국주의를 표방했던 제3세계 및 비동맹그룹 리더로서의 중국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 2년여 동안 현 정부의 외교적 실험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을 선택 상황에 놓이게 하는 우(愚)를 범했다. 이제 우리의 전략적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선택 상황에서 어느 한쪽을 택하는 것, 즉 편승이다. 이 시점에서 우방의 조건을 고려한다면 미국이다. 다른 하나는 선택 상황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 즉 균형이다. 이는 우리를 외톨이로 만들거나 둘 사이에서 휘둘리는 상황으로 내몰게 된다.

2019년 끝자락에서 만약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면 우리는 이를 뛰어넘는 외교적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가치와 이익의 공유’라는 우방의 조건을 기준으로, ‘외교 독트린 2020’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며 미래 세계의 리더로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의 비핵화는 선결 과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대북 제재를 완화하려는 중·러의 공조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계속되는 대북 유화책으로는 결코 ‘핵 없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218010739110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