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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글로벌포커스] 中, 北의 `새로운 길` 지지할까

Jacob, Kim 2020. 1. 10. 01:08







2020년 1월 7일자





[칼럼 전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전원회의 연설의 핵심은 '정면 돌파'다. 그의 연설에 23차례나 반복된다. 김 위원장은 현 상황을 미국의 압박과 제재로 조성된 '전대미문의 준엄한 난국'으로 규정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길'로 전략무기 개발과 자력갱생을 제시했다. 그동안 중단해온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수 있음도 내비쳤다. 미국에 대한 압박이다.

미국은 반대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길'의 성패는 상당 부분 중국에 달려 있다. 대북 제재 강화 이후 북한은 대외 교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한다. 에너지와 식량 등 전략물자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생명줄(life line)을 중국이 쥐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지지하면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은 힘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국이 제동을 걸면 북한은 현실적 압박을 감수해야 한다. 당장 먹고사는 게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최고 존엄'의 권위가 심각하게 훼손된다. 그뿐만 아니라 그토록 중시하는 외교적 자주권 역시 구호로 전락한다.

중국은 어떤 입장인가. 일단 반대하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에 대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대화를 저해하는 행동은 안 된다"고 논평했다. 북한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반대의 뜻을 에둘러 표명한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반대하면 올해 북한과 중국 관계는 요동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의 최대 수입원인 석탄과 철광석 등은 제재로 묶여 있다. 여기에 최근 해외 노동자 철수 등까지 겹치면서 외환 고갈 위기설도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야심작으로 추진 중인 삼지연이나 갈마단지 등 관광단지도 중국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큰 타격이다. 대북 제재가 완화되지 않는 한 북한이 기댈 곳은 중국이 유일하다.




물론 북한이 말을 듣지 않는다 해서 중국이 모든 지원을 중단하는 것과 같은 극단적 조치는 상상하기 어렵다. 북한 체제가 붕괴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결정적 순간마다 벼랑 끝 전술로 중국을 몰아붙이는 것도 그런 연유다. 따라서 양국 입장 차를 어떻게 조율하고 중국이 대북 지원을 어느 선에서 유지할지가 관심사다.

중국은 북핵 위기가 극에 달했던 2017년 말 미국에 두 가지를 약속했다. 북한 핵 문제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라는 점과 비핵화 실현 이전까지 안보리 대북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두 가지 모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미가 협상하고 한국이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할을 하는 현 3자 협상구도를 6자회담으로 대체하고, 대북 제재도 완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6자회담 재개는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제재 완화는 미국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미국은 중국이 협상에 끼어드는 6자회담과 대북 제재 완화 모두 반대한다. 반면 북한은 제재 완화는 바라지만 비핵화 협상은 미국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중국이 '새로운 길'을 반대하고 6자회담 재개로 북한을 압박하면 북·중 간 갈등이, 6자회담과 대북 제재 완화를 고집하면 미·중 간 마찰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올해는 비핵화 협상의 분수령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도발 강도를 높이면 일촉즉발의 2017년 상황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비핵화 협상판이 다시 가동되도록 중재하면서 남북 관계 돌파구를 찾아내는 건 우리 몫이다. 한반도 당사자이면서 절박한 쪽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 이익이 미·중 등 다른 나라와 똑같을 수 없다. 국가 이익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 무엇보다도 창의적 시도로 꽉 막힌 남북 관계부터 풀어냄으로써 북·미를 협상 궤도로 복귀시키는 게 급선무다. 비핵화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은 익히 예상했던 바다. 조급해하지 말고 담대히 행동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







원문보기: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1/17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