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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 [이상호 칼럼]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보는 미국의 고립주의 회귀

Jacob, Kim 2020. 2. 8. 00:03







2020년 2월 3일자





[칼럼 전문]





지난 1월3일에 감행된 미국의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카심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으로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 듯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최정예 군사조직이고 솔레이마니가 사령관으로 지휘했던 ‘쿠드스군’은 해외 작전 담당 특수부대이다. 그는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인 카타이브 헤즈볼라(Kataib Hezbollah) 등 다수의 반미, 반서방, 반수니파 무장단체를 조직하고 지원해 왔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공격을 전개해온 레바논의 헤즈볼라(Hezbollah), 가자의 하마스(Hamas), 예멘의 후티스(Houtis) 등을 지휘해 온 이란 군부의 실세 중 실세이며 이란의 최고지도자 다음의 실질적 제2인자이다.


이란이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한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을 마치고 미국에 대한 비례적인 보복을 다짐한 데 이어 1월 8일 이라크 내 알아사드와 에르빌의 미군기지에 22발의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이란이 이라크를 통해 이 공격을 미국에 사전에 알려서 미군은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란이 "불균형적" 방법으로 피의 보복을 맹세한 것과 달리 이란은 미국과의 확전을 피하는 이성적인 선택을 하였다.


이런 긴장 상황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1월 8일 176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탑승한 우크라이나항공의 보잉-737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발생하였다. 이란 정부는 애초 민간 여객기 격추를 부정하고 은폐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1월 11일 격추 사실을 인정하였다. 이에 실망한 이란 국민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전개하였고 이란의 미국에 대한 항전 의지와 동력은 크게 약화되었다. 미국도 군사적 보복이 아닌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택해 이란과의 확전을 회피하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커다란 충돌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는 미국과 이란 모두 불필요한 군사적 충돌을 자제하면서 실리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현재 혼란스러운 중동의 정치, 군사 상황에 더 개입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이다. 장기적으로 미국은 중동에서 서서히 손을 떼려고 할 것이다.


미국은 석유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이다. 미국이 중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가장 큰 동기는 바로 불안정한 석유 수급 때문이다. 미국의 에너지 소비는 어마어마한 수준이고 미국의 흥망은 석유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셰일혁명’ 이전까지 미국은 중동의 석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위해 많은 피를 흘렸다. 미국에 셰일 혁명은 미국의 미래 운명을 보증할 수 있는 대사건이다. 이제 미국은 석유의 자급자족만이 아니라 세계 제1 수출국이 되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고립주의 전통이 강한 국가이다. 유럽의 미주대륙 불간섭을 천명한 1823년 먼로독트린, 제1, 2차 세계대전 직전 중립주의적인 노선,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윌슨 대통령이 주장했던 국제연맹 비준 거부 등의 사례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후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지지하는 개입주의로 전환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서방을 재건하고 유엔과 나토를 결성하였으며 6·25 전쟁에 참전하여 한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남을 수 있게 지원한 것들이 미국의 적극적 개입주의 사례들이다. 그러나 9·11테러 사태 이후 미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에 대해 피로감을 보여 왔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고립주의 성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셰일 혁명을 통해 미국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게 되면서 미국의 고립주의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이란과의 갈등이 더 크게 확대되지 않는 것도 이런 미국의 변화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중동에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개입을 줄여나갈 것이다. 향후 중동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미국이 얼마나 빠르게 고립주의로 회귀하느냐에 따라 요동칠 것이다.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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