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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뉴스와 시각-정의길] 이스라엘에 포위된, 구멍 뚫린 ’팔레스타인 국가’?…트럼프, 중동평화 구상

Jacob, Kim 2020. 2. 9. 20:29








2020년 1월 29일자





[칼럼 전문]





트럼프, 28일 새 중동평화 구상안 발표…‘협상’ 남아

이스라엘 정착촌 인정,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팔 수도는 예루살렘 변두리

4년간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협상 시한

팔에 최후통첩 성격…수용 않으면 정착촌 확대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오랫동안 미뤄온 중동평화안을 발표했다.


유엔이 인정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영토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 내에 세워진 이스라엘 정착촌들을 인정하고, 나머지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큰 분쟁 사안이던 예루살렘의 지위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다. 팔레스타인 쪽은 즉각 거부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협상을 위한 4년의 유예 기간을 설정했다. 팔레스타인의 거부 입장을 감안하면 이 평화안은 이스라엘 정착촌 굳히기와 확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에게 이 평화안을 제시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이들과 회담한 뒤 네타냐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제안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관련기사= 트럼프 중동구상, 국제사회 엇갈린 반응…영국은 칭찬, 아랍은 반발, 유엔은 우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 평화안이 “음모”라고 일축했다. 그는 서안 지구 라말라에서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나는 트럼프와 네타냐후에게 말한다”며 “예루살렘과 우리의 모든 주권은 판매용이 아니며, 떨이판매도 안된다”고 비난했다. 그는 “당신의 제안은 음모로, 통과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오늘, 이스라엘은 평화를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딛었다”며 “나의 비전은 양쪽 모두가 승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팔레스타인 국가의 위험성을 해결하는 현실적인 2국가 해법이다”고 설명했다.





■정착촌=우선, 이 중동평화안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합의한 1993년 오슬로평화협정을 무산시킨 서안 지구 내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인정한다. 서안 지구 내에 건설된 기존의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이스라엘이 1967년 6일전쟁 때 서안 지구를 점령한 이후 그 곳에 건설해온 정착촌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1월 미국이 40년간 지켜온 정착촌에 관한 이 입장을 포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존의 정착촌을 인정하는 대신에 추가적인 정착촌 건설은 동결된다. 트럼프는 “어떤 팔레스타인 주민이나 이스라엘 인들도 자신의 고향과 집에서 뿌리뽑히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예루살렘=트럼프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분리되지 않은 수도로 남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2017년 11월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전쟁 때 예루살렘 구시가지가 있는 동예루살렘을 요르단으로부터 점령한 뒤 예루살렘 전체를 자신들의 수도로 선포했으나,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도 자신들의 독립국가 수도로 동예루살렘을 지정해왔다.


트럼프 평화안은 예루살렘에 있는 성지를 이스라엘이 요르단과 공동관리하도록 제안했다. 유대인들에게는 성전산(템플 마운트), 무슬림들에게는 ‘알 하람 알 샤리프’로 알려진 성지는 현재대로 보전된다. 요르단은 이 성지를 운영하는 종교재단도 운영한다.





■팔레스타인 국가=트럼프는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해 “팔레스타인 영토는 2배 이상이 될 것이고, 동예루살렘에 팔레스타인 수도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끄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트럼프의 계획은 “역사적인 팔레스타인”이라고 불리는 곳의 15%만을 팔레스타인이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팔레스타인 쪽은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 시행되면 팔레스타인이 현재 예루살렘 시 경계 밖으로 밀려나고,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이 유대인 정착촌에 의해 고립되고 두 쪽으로 나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는 팔레스타인에게 할양되는 영토는 “4년 동안 개발되지 않은 상태로 남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 동안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협상해 “국가 기준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4년간의 협상을 통해 팔레스타인 국가의 영토와 성격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 평화안에서 요르단강 서안 지구는 반으로 분절되는 것이 아니라며 “우리는 테러리즘에 대한 단호한 배격 등 팔레스타인 국가 조건들이 충족될 때 미래의 팔레스타인 국가 안에 연속적인 영토를 만들기 위해 일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가 이스라엘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무장 해제와 금지를 주장해왔다.

이번 평화안은 결국 팔레스타인 쪽에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팔레스타인이 이 평화안을 받지 않는다면, 결국 서안 지구 내의 기존 이스라엘 정착촌이 굳어지고 더 나아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평화안은 팔레스타인 쪽이 거부할 것이 명백했는데도 발표가 강행됐다. 팔레스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2017년 11월부터 미국과의 협상을 중단했다.

트럼프가 네타냐후를 워싱턴으로 초청해 평화안 발표를 강행한 것은 오는 3월 총선을 치르는 네타냐후를 돕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네타냐후는 지난해 2차례의 조기총선에도 재집권하지 못하고 부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그는 28일 의회에 면책특권 요청을 철회했으며, 검찰은 즉각 그를 공식 기소했다.

트럼프가 이날 발표한 중동평화안은 취임 직후부터 자신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중동평화협상을 맡겨 작성한 것이다. 큐슈너는 유대계 혈통의 정통 유대교 신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3년만에 발표한 이번 평화안은 그동안 팔레스타인에게 대한 500억달러 원조 등 경제 분야의 일부 내용은 조금씩 흘러나왔으나,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과 관련된 핵심 쟁점들은 공개되지 않다가 이번에 전격 발표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9260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