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2일자
[칼럼 전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미 의회에서 진행한 국정연설에서 재선에 힘을 실어줄 국내외 정책의 성과를 길게 소개했다. 올해는 북한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띄었다. 대화를 통해 북한의 위협을 완화한 성과를 강조했던 지난해와 대비되는 풍경이었다.
올해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침묵은 현실적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따뜻하게 다가갔지만 북한은 재선을 노리는 그에게 비핵화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주지 않았다. 북한은 4월 총선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보상을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미 행정부 인사들은 언제든지 북한을 포용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김정은이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재개하겠다고 협박하며 세계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지 않는 수준이 아닐까.
북한 문제도 중요하지만 올해 한국과 미국이 직면한 다른 핵심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양국 관계다. 트럼프 행정부는 초기에 한미 양국의 무역 관련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양국의 안보관계가 다소 불안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한미 관계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인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포용 의지를 환영하면서도 동맹을 흔드는 듯한 그의 다양한 발언에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주한미군에 대한 더 많은 지원(방위비 분담금)을 얻어내려는 시도에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국 대통령이 개인적 친분을 앞세운 대북 외교로 기존 패턴을 깨뜨렸지만 미국인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노력을 한미동맹 약화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미 간 군사협력은 (동맹 관계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미국은 남북 대화가 한국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동시에 한국의 협력 없이는 북한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어느 때보다 북한의 위협이 커지고 있고, 한미 양국 국민이 한목소리로 동맹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시점에 주둔국 지원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진 것은 불행한 일이다.
지난해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에 따르면 미국인 75%가 “미국이 맺은 군사동맹이 자국의 안보에 기여한다”고 여겼다. 69%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미군의 한국 주둔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인의 90% 이상이 “미국과의 동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동맹에 대한 지지 여론은 압도적이지만 한국인 대다수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반대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의제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미국의 다른 동맹국보다 한국이 훨씬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점을 미국인이 존중해야 하듯 한국도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큰 비용을 부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양측이 이 문제를 공정하게 인식해야만 건강한 동맹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도 미국엔 악재다. 동북아시아 주요 동맹국들 간 갈등은 대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문 대통령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유지하기로 한 용감한 결정에 크게 안도했다. 이제 한일 간 공식적인 대화가 시작된 만큼 양측이 해묵은 무역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보 관계를 둘러싼 문제들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바탕으로 70년간 동맹으로 지내며 도움을 주고받았다. 한미 동맹은 견고하게 유지돼 지역 안전에 기여해야 한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원문보기: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212/99647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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