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1일자
[칼럼 전문]
2020년 중동에서는 미국의 입지 약화와 그 틈새를 공략하는 러시아의 부상으로 지정학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불능력 중시 독특한 동맹관, 자국우선주의, 신고립주의는 미 동맹·우방국의 일탈을 부추길 것이다. 작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쿠르드 공격 감행은 미국발 변화에 따른 혼란을 극적으로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돈이 많이 든다며 반ISIS 국제연합전선에서 핵심 지상군으로 싸운 시리아 쿠르드계 지원을 중단하고 철군을 결정했다. 터키의 쿠르드 학살도 방관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달랐다. 시리아 철군 직후 사우디에 추가 파병과 첨단무기 배치 계획을 발표했다. 사우디가 비용 지불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추켜세웠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인 체제를 다지기 위해 터키 민족주의, 신오스만주의, 유라시아주의를 강조하며 러시아와 밀착할 것이다. 중동에서 발을 빼겠다는 미국 대신 러시아에 더욱 기댈 것이다. 터키의 민주주의 후퇴를 비판하는 유럽과도 빠르게 멀어질 것이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7월 러시아제 S-400 미사일 방어시스템 장비를 도입했다. 시리아 쿠르드계를 접경지역에서 몰아낸 직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안전지대 설치와 공동 관리에 합의했다. 친미 국가인 카타르도 터키 지지를 선언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 터키와 카타르의 일탈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 대외정책이 대통령 개인의 국내 정치적 이익 계산에 흔들린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이유다. 방위비를 잘 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추켜세운 사우디 왕실조차 최근 러시아와 자주 회동하고 있다. 미국만 믿고 있기엔 불안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역내 신뢰도는 추락하는 반면 러시아는 시리아에 이어 리비아 종전 협상의 중재자로 나서며 외교력을 과시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유엔의 시리아 평화 협상에 맞서 아스타나·소치 협상을 이끌었고 이란과 터키가 적극 지지했다. 이를 통해 작년 10월 반군 진영을 포함한 시리아 헌법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의 중재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의 안정적 복귀를 목표로 한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 발발 이래 화학무기 사용 진상조사를 포함한 시리아 정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건 모두를 반대했다.
연초 미국과 이란 격돌로 인한 중동의 전운 고조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안 없는 깜짝 결정이 배후였다. 2년 전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협정 탈퇴와 고강도 제재 부활을 일방적으로 단행하더니 올해 1월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으로 살해했다.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 가자지구 내 친이란 프락시(꼭두각시) (대리군) 조직들은 역내 미군시설과 미 동맹·우방국을 상대로 비대칭적 소규모 저강도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이제 미국·이란 갈등은 핵문제로 전환됐다. 트럼프식 새로운 핵협상 제안에 맞서 이란 강경파는 협상력 제고를 위해 미 대선을 흔들 만한 초강경 대응을 준비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와 핵합의를 이끌었던 개혁파 입지가 극도로 축소됨에 따라 2월 말 이란 총선에서는 강경파의 압승이 확실하다. 개혁파 지지층은 이미 선거 보이콧을 선언했다.
1. 신범철 전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의 미래통합당(옛 자유한국당) 입당이 말하는 바. 뭔가 정치적 목적이 있을 것이라 짐작이 간다. 최근까지 데일리NK 인터뷰, YTN<와이티엔> 방송 출연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2. (대북 무력사용 옵션을 빼놓는다면) 한미 연합훈련 '조건부' 1년 유예안에 더해 북한에 과감한 비핵화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것 외 다른 방도가 없다는 걸 알면서 (전문가그룹간) '적당한' 공의로 뭉쳐 같은 목소리를 내면 안되는 것 아닌가.
영국·프랑스·독일 유럽 3국은 이란 핵협정 지지와 미국의 대이란 압박 반대를 밝혔다. 미국과 유럽은 미군의 시리아 철수, 나토 방위금 분담 문제를 두고도 갈등해왔다. 유럽이 중동 지각변동에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어 역내외 불안은 계속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근시안적 거래식 대외정책과 미국의 쇠락이 중동 내 민주주의·다자주의·동맹 가치를 거세게 흔들고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원문보기: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2/138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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