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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대북 제재, 망치냐 메스냐

Jacob, Kim 2020. 3. 6. 22:22








2020년 2월 26일자





[칼럼 전문]





코로나 ‘셀프 봉쇄’ 北체제 흔들


유엔 제재도 못했던 中과의 차단


장마당 붕괴 땐 내부 장악력 약화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국가 존망의 문제로 규정하며 총력 차단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국경을 봉쇄하며 확산 저지 작전에 돌입했다. 실제로 코로나19는 북한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공중위생이 극도로 취약해 심각한 전염병 사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자발적 봉쇄는 북한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한편으로는 코로나바이러스 유입만큼이나 외부 정보 유입도 위험하다. 여기서 북한의 자발적 봉쇄가 북한 체제에 더 큰 위험인지, 외부 세계와의 통합이 더 큰 위험인지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어느 쪽일까.


북한 상황은 1990년대 식량난 이후 급변했다. 국가 배급 체제가 무너지고 아사자가 속출하자 주민들은 각자도생 필요성을 자각했다. 요즘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결과 국제 공급망과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따라서 북한의 코로나19 봉쇄는 주민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돼 체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는 그런 기대 효과 위에 서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는 민감 품목에 대한 북한의 접근권을 봉쇄했고, 북한은 석유 및 주요 물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런 제재가 북한의 태도를 바꾸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이 스스로 국제 공급망과의 연결을 끊었다. 시간이 흐르면 북한 내부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북한이 스스로 외부와 단절한다 해서 코로나19의 유입 및 확산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북한에 퍼졌을 수도 있다. 앞서 중국에서 유입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북한을 감염시킨 데 이어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한국의 돼지 농장들도 큰 피해를 봤다. 코로나19 유입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이 1월 북·중 항공편 취항을 중단하고 중국인 관광객을 받지 않았다고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북한의 취약성은 그것이 공중 보건 분야가 됐든, 아니면 국제 제재로 인한 압박이 됐든 자체 고립보다는 국제 사회와의 연결성에 원인이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북한 지도부가 과연 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의 국제적 통합 및 그에 따른 의도치 않은 정치적 파장을 관리해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과거 사스나 에볼라 사태 때 북한은 국제적 공중 보건 위협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봉쇄 카드를 택한 바 있는데, 이 감염병들이 북한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코로나19의 경우, 일단 북한에 감염되는 순간 다른 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치사율을 기록할 것이고, 북한은 의료장비 등을 국제 사회에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위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그런 취약성이 노출되면 북한 지도부는 유연성을 발휘하며 부득이 외부에 문을 열겠지만, 위기가 사라지는 순간 곧 과거로 돌아갈 것이다.


대북 제재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기 상황을 맞았다. 이런 국면에서 평화와 비핵화를 확보하기 위해 북한의 고립을 가속화해야 할까? 국제 사회로의 통합을 유도해야 할까? 이 문제는 대북 관여 정책 옹호파인 문재인 정부와, 제재 추진파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간의 논쟁적 이슈가 되고 있다. 문 정부 지지자들은 대북 관여 정책이 북한을 국제 사회로 통합시키면서 파괴적 행동을 줄이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반면 워싱턴의 제재 옹호론자들은 제재가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 수단으로 본다. 하지만 한·미 간 논쟁은 대북 제재로 인해 초래되는 의도치 않은 파장에 대한 인식 없이 진행된 게 사실이다.


만약 북한 체제가 내부적 변화의 속도 조절에 치중한다고 판단한다면, 이를 촉진할 것이냐 저지할 것이냐의 판단에 따라 제재든 관여든 선택해야 한다. 그런 전제에서 제재를 구사한다면, 북한 전체를 압박하는 대형 망치가 아니라 엘리트 특정 집단을 겨냥한 수술용 메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 관여 정책으로 대표되는 유인책 또한 북한 지도부가 주민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이 아니라 지도자에 대한 주민의 충성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하도록 구사돼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제재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북한 지도부가 봉쇄를 택한 것은 상황 통제력을 잃지 않으려는 고육책이다. 그렇지만 봉쇄는 실패하고, 체제 장악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 차단 실패는 체제 정당성을 갉아먹을 것이다. 바이러스는 국적이 없기 때문에 적대 정책의 산물로 비난하기도 힘들다. 세심하게 고안된 제재 시스템과 달리 바이러스는 사실상 붕괴된 공중 보건 시스템의 민낯을 노출시켰다. 그것은 또한 북한의 체제 실패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도 된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미정책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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