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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데일리] [기자의 서재] 북한은 왜 미국을 믿지 못할까+설교문 받아올린거 보고 도리어 무서웠다

Jacob, Kim 2020. 3. 7. 00:15








2020년 2월 28일자





[칼럼 전문]





ⓒ톱데일리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하노이 노딜’의 교훈은 생각보다 컸다. 한국전쟁 이후 70년의 적대가 정상 간 몇 번의 만남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줬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때 북한은 철저히 비이성적 집단이다. 1993년 NTP라는 국제규범을 이탈하고, 지속해서 핵 무력을 증진했다. 김정은 시대 들어선 헌법과 노동당 규약 곳곳에 핵보유국을 명시했다. 세계 패권국 미국에 할 말 다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북한의 이해 못 할 행동 이면에는 미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있다는 게 이 책의 핵심 전제이자 주장이다.


김성학 ‘TIME’지 기자가 쓴 ‘전갈의 절규’는 “북한의 대미 불신의 기원과 구조적 내면화 과정을 분석해 북한의 비이성적 발언과 행동이 철저히 내면화된 이성적 의식구조에 기인했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강경한 대미 비난 메시지는 협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일종의 ‘선동’이 아닌 ‘신념’이라는 것이다.


신념은 무섭다. 인간이 종교에 빠졌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면 답이 나온다. 세상을 선과 악으로 구분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자, 타 종교인은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공포를 떨쳐 낼 비과학적 방법도 동원한다.


북한이 바라보는 세상은 그런 맥락일 수 있다. 정부 수립때 부터 미국의 적대시 정책으로 경제는 한 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믿는다. 1990년대 중반 당시 수 십만 명의 아사자를 낸 ‘고난의 행군’ 역시 미국의 경제적 봉쇄에서 찾는다.


실제 북한은 신천박물관, 푸에블로호 등 각종 건물과 선전물을 통해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동을 비판하고, 주민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역사 또한 해방 이후 정치 파벌 간의 권력투쟁과 맞물려 북한의 대미 불신의 근원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선뜻 나서지 못한 것도 미국과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협상을 통해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해도 미국 정권이 바뀌는 상황을 경계한다. 그들의 입장대로 ‘목숨 같은 자주권을 적에게 빼앗긴 꼴’이 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여기에 북한을 보는 핵심 단서가 있다. 저자는 한국·미국·서구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북한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자고 주장한다. 비핵화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북한의 안보불안을 해소시켜 대미 불신을 약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북한은 앞으로도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논리와 구호를 만들 것이다. 북미관계의 문은 언제 열릴 지 모른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그럼에도 저자가 지적했듯 북한이 처한 환경을 입체적으로 보면서도, 평화을 위한 정책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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