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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적화통일 우려감 증폭" 탈레반과 평화 합의… 美, 18년 아프간전쟁서 발뺀다

Jacob, Kim 2020. 3. 10. 20:11








2020년 3월 2일자





[기사 전문]





1만2000여 미군 14개월내 철군… 아프간 내정 불간섭도 약속

무장세력에 사실상 항복 선언





미국이 18년간 전쟁을 벌여온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과 첫 평화 합의를 체결했다. 양측 대표단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무력 충돌을 종식하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트럼프 정부는 미 역사상 가장 긴 전쟁으로 일컬어진 아프간전에서 빠져나올 길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사실상 무장세력에 대한 초강대국의 항복 선언이자, 평화를 담보할 수 없는 미봉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번 '도하 합의'에 따르면 미국은 아프간에 파병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군을 향후 14개월 내 모두 철군키로 했다. 현재 아프간 주둔 미군 1만2000여명을 1차로 860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탈레반은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조직이 미국을 공격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아프간 내정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으며, 올 8월 탈레반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양측은 오는 10일 상호 포로 6000여명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석방하기로 했다.










이날 서명식은 탈레반의 승전 선언을 방불케 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탈레반 측은 기쁨에 차 "신은 위대하다(Allahu akbar)!"고 외쳤다고 한다. 합의문에도 미국의 철군과 내정 불간섭 메시지는 뚜렷한 반면, 탈레반의 '평화 약속'은 모호하다는 지적이 미 전문가들에게서 쏟아졌다. 탈레반은 40년 혈맹인 알카에다를 '테러리스트'로 지칭하는 표현을 합의문에서 빼라는 요구를 관철시켰다. 특히 서명식엔 미국의 아프간전 최대 동맹이었던 아프간 정부 측이 불참했다. 미국 지원으로 수립된 현 아프간 민주정부는 탈레반과 적대적 관계였다. 그러나 최근 반군인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트럼프 정부는 탈레반과 직접 협상에 나섰고,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를 협상에서 배제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장면을 197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국과 베트남 공산당 간의 베트남전 종식 합의에 빗댔다. 당시 미국의 패전임에도 '평화 합의'로 불렸고, 미국의 동맹 남(南)베트남은 원천 배제됐다. NYT는 "현 아프간 정부는 결국 남베트남처럼 버려질 것이란 공포에 싸여 있다"고 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를 비호한 탈레반을 공격하며 아프간 전쟁을 시작했다. 당시 아프간을 통치하던 탈레반은 실각했지만 끈질기게 맞섰다. 미국은 2011년 알카에다 수뇌 오사마 빈 라덴을 파키스탄에서 사살하고도 아프간 수렁에서 발을 빼지 못했다. 그간 미군 2400여명을 포함해 총 16만여명이 숨졌다. 미국이 쏟아부은 전비(戰費)만 2조달러(2400조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 종식을 공약하고 당선됐다. 올해 재선을 앞두고 중동 미군 철수란 '업적'에 사활을 걸어왔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나쁜 일이 생기면 아프간에 돌아갈 것"이라면서도 "탈레반이 우리의 새로운 동맹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의 18년 전쟁이 무색하게 탈레반은 아프간 전역에서 재기했다.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계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일도 최근 급증했다. 외교 매체 포린폴리시는 미국의 공백을 틈타 아프간이 또 내전에 빠져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탈레반 재집권 시 1990년대 여성과 소수 종파 탄압, 마약 재배·유통이 본격 부활할 가능성도 크다.







[정시행 기자 polyg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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