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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두테르테 “美와 합동 군사훈련 중단” 트럼프는 신경 안 쓴다지만… / 동남아판 다자안보체제 구축인가?

Jacob, Kim 2020. 3. 14. 01:16








2020년 2월 13일자





[기사 전문]





에스퍼는 유감 표명… 필리핀은 중국과 협력 강화 모색 행보





필리핀이 미국과의 합동 군사훈련 중단을 전격 선언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중국의 동남아시아 진출 저지를 위해 최전선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던 필리핀이 이탈한다면 미국의 역내 억지력에 균열이 갈 수밖에 없어 미 군부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장 필리핀 현지 언론에서는 필리핀이 중국 등과 국방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리핀이 양국 합동 군사훈련의 근거가 되는 ‘방문군 협정(VFA)’ 종료 통보를 예고한 것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말해 나는 그 문제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쪽(필리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그들이 그렇게 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돈을 아끼게 될 것이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의 관점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나는 그것을 ‘매우 고맙다’는 식으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앞서 11일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후 강력하게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을 지휘했던 전 경찰청장의 미국 비자가 취소된 데 반발해 VFA 종료를 통보했다. 전 필리핀 경찰청장이었던 델라 로사 상원의원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며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재판 없이 용의자를 사살하는 이른바 ‘초법적 처형’ 주장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즉각 거친 표현까지 써 가며 “미국이 그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VFA를 파기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지금부터 한 달을 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시리아 철군 등 군사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해온 독단적 행동을 되레 두테르테 대통령이 되돌려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필리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CNN 방송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에서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밤 필리핀의 결정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며 “필리핀이 그러한 움직임을 취한 것은 내 관점에서 볼 때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 문제가 중국과 연관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서두르지 않고 단계를 밟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스퍼 장관은 중국의 남중국해 팽창 정책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명해 왔지만 우선은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 날 필리핀 현지 언론은 “미군과의 VFA가 없어도 국가안보가 가능하다”는 펠리몬 산토스 필리핀군 참모총장의 말을 인용, 필리핀이 중국 등과 국방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13일 일간 필리핀 스타에 따르면 산토스 총장은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역내 다른 국가들과 국방 협력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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