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7일자
[기사 전문]
ⓒ한겨레
미국이 최근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저위력 핵무기’를 개발해 배치했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핵 경쟁이 부활하는 게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배치한 핵무기는 ‘W76-2’ 핵탄두다. 다단계 핵탄두인 W76-1(폭발력 90㏏)에서 1단계 핵분열만 남겨놓고 핵융합 기능은 제거하는 방식으로 위력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정말 위력이 낮은 건 아니다. 티엔티(TNT) 5㏏에 상응하는 폭발력인데, 이는 히로시마 원자탄의 3분의 1 수준이나 된다.
W76-2 핵탄두는 트라이던트-Ⅱ 미사일에 탑재된다. 미 해군은 전략핵잠수함(SSBN)의 발사관 20기 중 1~2곳엔 W76-2를 탑재한 미사일을, 나머지 18~19곳엔 기존의 W76-1이나 W88(폭발력 455㏏)을 탑재한 미사일을 장착해 운용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1990년대 초 냉전 종식 이후 전술핵 철수로 생긴 핵 억제력의 틈새를 메우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근 러시아, 중국과의 대결이 첨예화하는 등 변화된 안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많다. 미국은 이미 유럽에 저위력의 전술핵 중력탄 B61을 배치하고 있고 공대지 순항핵미사일 AGM 86B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핵 의존은 본격적인 핵 대결이 아니라 재래전 열세를 보완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
저위력 핵의 배치는 핵 사용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은 핵 사용이 현실적 대안이 되면 상대방에게 자제를 강요하는 효과를 낳아 전쟁 억제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핵 사용이 쉬워지면 그 자체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핵은 아무리 저위력 탄이라도 웬만한 도시 하나는 무력화할 만큼 파괴적이다. 또 핵 보복을 주고받는 전면전으로 비화하면 그건 끔찍한 재앙이다. 핵전쟁에 승자란 없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바 있다. 이번 핵 강화가 일시적, 우연적 조처가 아님을 말해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2월로 다가온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의 기한 연장 여부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퇴행적인 핵 복귀 시도가 걱정스럽다.
박병수 논설위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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