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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조선일보] 폴란드 자유노조·소련 쿠데타… 냉전 붕괴 현장의 기록

Jacob, Kim 2020. 3. 22. 20:40








2020년 3월 14일자





[서평 전문]










1991


마이클 돕스|허승철 옮김


모던아카이브|672쪽|3만5000원





우선 혼선 방지를 위한 안내부터. 저자는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의 원작 소설가인 마이클 돕스와는 동명이인이다. 돕스라고 하면 영국 대처 총리의 참모였지만 토사구팽을 당한 뒤 신랄하게 정치판을 풍자한 소설로 재기한 정치인 출신 작가가 먼저 떠오른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그와 먼 친척이지만 다른 인물이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의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낸 저자의 취재 경력만 놓고 보면 동명이인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저자는 서방 기자로는 처음으로 1980년 바웬사가 주도한 폴란드 조선소 총파업을 취재했다. 1989년 중국 톈안먼 광장 시위 때도 현장을 지켰고, 1991년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공산주의 쿠데타에 맞서기 위해 탱크에 뛰어올랐을 때에도 100여 명의 군중 사이에 있었다. 냉전 붕괴의 현장을 누비고 다닌 관찰자이자 기록자였던 셈이다.


그는 냉전 붕괴의 신호탄이 된 날로 티토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의 장례식이 열린 1980년 5월 8일을 꼽는다.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부터 북한 김일성과 캄보디아의 폴 포트까지 공산권 정치인들이 운집했지만, 현장에서 저자는 '악(惡)의 평범성'이라는 해나 아렌트의 말을 떠올렸다.


생생하고 탄탄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공산권 붕괴 관찰기다. 냉전의 기원을 살핀 '1945년'과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1962'에 이어서 냉전 3부작의 완결편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빅브러더가 죽었을지라도, 공산주의라는 유령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우리 앞에 출몰할 것"이라고 적는다. 한반도에서 이 유령이 사라질 날은 언제쯤일까.






[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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